"마지막이 행복해서 기뻐…좋은 모습으로만 기억해주시길"

▲ 이세돌 9단이 21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에서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은퇴 대국 제3국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마지막이라고 하니 울컥하네요."
이세돌(36) 9단은 은퇴 대국 기자회견을 모두 마치고 나서야 바둑계를 완전히 떠나는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세돌은 21일 자신의 고향인 전남 신안의 엘도라도리조트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3번기 3국을 끝으로 프로기사로서의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NHN이 개발한 국산 인공지능(AI)과 벌인 은퇴 대국에서 이세돌은 1승 2패로 패했다.

1국에서는 '신의 한 수' 78수로 한돌을 무너뜨렸고, 2국에서는 이세돌이 초반 실수를 극복하지 못해 패배했다.

3국에서는 치열하게 싸웠지만 한돌을 넘지 못하고 불계패를 당했다.

대국 후 어머니 박양례 씨와 서울에서 온 후배들에게서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미소 지은 이세돌은 "좋은 모습만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앞으로 다른 곳에서 좋은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당부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생각을 더 정리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다음은 이세돌의 은퇴 기자회견 일문일답.'

▲ 한돌과의 마지막 대국을 돌아본다면.

-- 초반과 중반까지는 괜찮았는데, 예상 못 한 수를 당한 이후로 많이 흔들렸다. 저의 초반이나 중반 선택이 좋지 못했다. 초반에도 더 좋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갔으면 1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아직 한돌은 접바둑에서는 강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 저는 부족했지만, 좋은 후배들이었다면 한돌을 이기지 않았을까. 접바둑 준비 기간이 짧았는데도 저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신 NHN에 감사드린다.

▲ 승부사로서의 인생을 돌아본다면.

-- 한판 잘 즐기고 간다는 생각이다. 예전에는 '바둑이 인생이다'라는 말을 했다. 지금도 변함은 없지만, 이제는 바둑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인생의 전환점이나 반환점이다. 인생의 절반 정도는 바둑이 계속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 어려웠을 때도 있지만, 즐거웠던 순간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오늘도 졌지만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마지막 순간이 행복해서 정말 기쁘다. 모든 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

▲ 다시 태어나도 바둑을 하겠나.

-- 장담 못 하겠다. 프로기사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바둑은 분명히 하지 않을까.

▲ 고향에서 마지막 대국을 한 의미는.

-- 가족과 함께 한 것이다. 서울이었으면 어려웠을 것이다. 고향에서 마지막을 장식한 게 좋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 한돌을 혹평하는 이유는.

-- 제가 초반에 선택을 잘못했는데, 다른 길로 갔다면 조금 더 편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제가 아닌 좋은 후배 기사였으면 한돌이 쉽게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의 인공지능 '절예'와 비교해서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 은퇴 후 계획은.

-- 전체적인 그림을 말씀드리기에는 아직 정리가 덜 됐다.

▲ 바둑 인공지능을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2국을 앞두고는 제가 백을 잡고 두는 연습을 많이 했다. 제가 흑을 잡으면 인공지능을 이길 확률이 0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백을 잡으면 승률이 0.1%는 되지 않을까. 2국에서 흑을 잡았는데 준비가 안 돼서 압도적으로 밀렸다. 호선에서의 전략을 말하기는 이르다. 2점 접바둑에서는 일단 백이 모양을 펼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 (2국은 호선이었고, 돌 가리기 끝에 이세돌이 흑, 한돌이 백을 잡았다.)
▲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 바둑 팬들께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사를 드린다. 바둑 외적으로는 떠나지만, 많이 응원해주시기를 바란다. 그동안 부족했거나 실수한 부분은 어렸고 젊었을 때이니 너그럽게 봐주시기를 바란다. 좋았던 점으로 기억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 나쁜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은 좋지 않다. 앞으로 다른 곳에서 좋은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다.

이번 대회를 개최해주신 여러 관계자분과 지금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 이 자리에 계신 어머니, 형, 누나들 너무 감사드린다. (걸그룹) 구구단의 김세정 씨가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제가 좋아하는 분인데 그분께도 감사의 말을 드린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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