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축구 종주국 잉글랜드가 「주홍글씨」와 같은 훌리건(폭력축구팬) 낙인을 지워내기 위해 전사회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죽음의 조」로 불리는 F조에 편성된 잉글랜드의 축구 유관단체와 영국 정부는 국가대표팀의 성적보다 자국 축구팬들에 대한 나쁜 인상을 지우는 데 더욱 급급한 듯 했다.

 영국의 외무성과 내무성, 경찰 당국, 프리미어리그의 유수 클럽팀들은 물론 상.

하원 의원과 서포터스들까지도 틈만 나면 대다수 잉글랜드팬이 훌리건이 아님을 강조했을 정도였다.

 이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영국 축구팬들은 술을 좋아하고 시끄러운데다 문신 등을 몸에 새겨 언뜻 보면 위험에 보이지만 사실은 축구를 사랑하는 열광적인 팬일 뿐이라는 것이다.

 지난 18일 잉글랜드와 파라과이의 국가대표팀간 친선 경기가 열린 리버풀의 앤필드스타디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경기장 주변을 가득 메운 팬들은 길 양쪽으로 줄 지어서 잉글랜드팀의 도착을 보기 위해 기다렸고 일부는 경기장 근처 선술집에서 맥주를마시며 한층 들떠 있었다.

 모두 4만2천713명이 경기장을 빼곡이 메운 이날 경기에서 관중들은 한시도 쉬지않고 「잉글랜드」를 연호하고 노래를 불러댔지만 잉글랜드의 4-0 완승이 굳어질 무렵알몸 관중이 난입한 작은 소동만 빼면 즐겁고 건전한 축제 분위기 그 자체였다.

 이날 25명의 스포터(훌리건전문색출경찰)를 포함, 250명의 병력과 다수의 지역자원봉사자(스튜어드)들을 투입한 머지사이드경찰도 아무런 사고 없이 대회가 끝나자 이는 당연한 일임을 거듭 강조했다.

 머지사이드경찰의 데이브 루이스 축구경기담당관은 『영국 만큼 적은 경찰병력을투입하고도 별 사고 없이 대회를 치를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스페인이나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는 2천명 가까운 경찰을 투입하고도 문제가 일어나지만 잉글랜드는 그렇지 않다는 자신감이었다.

 영국 내무성과 경찰서장협회(ACPO)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1천명 가까운 훌리건들을 아예 출국조차 못하게 해놓았을 정도로 훌리건 대책이 확실함을 밝힌바 있다.

 내무성과 경찰 등 관련 기관들이 밝히는 훌리건 대책의 요지는 현장에서의 색출이 아니라 철저한 사전 예방.

 축구경기가 열리기 며칠 전부터 국가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아 훌리건 명단에 오른 사람들의 근황 및 이동 경로등을 미리 파악하기 때문에 걱정 없다는 얘기다.

 노동당의 데니스 맥셰인 의원도 『1980년대에는 영국 훌리건이 많았지만 지금은네덜란드나 독일, 프랑스 축구팬들이 더 폭력적』이라며 『한국에도 학생과 경찰의 폭력 대치가 많다는 유럽사람들의 선입견이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달라』고주장했다.

 잉글랜드의 조별리그 경기가 열릴 일본에 「축구팬 대사관(FAN」S AMBASSY)「을 개설할 예정이라는 축구서포터스협회 케빈 마일스 국제 업무 담당관은 『98년 프랑스월드컵과 2000년 UEFA컵의 예를 볼 때 최근에는 오히려 프랑스, 독일 등 다른 나라 팬들이 영국팬들과 싸우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비록 다른 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리지만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축제 만큼이나 기뻐하고 있다고 밝힌 마일스가 한국과 일본 국민에 대해 남긴 한 마디는 의미심장했다.

 『영국팬들은 거의 나처럼 크고 뚱뚱하고 못생긴데다(Big Fat Ugly) 시끄럽고 문신까지 새겨 외모로는 훌리건과 구별이 안되지만 결코 다른 나라 팬들과 차별되고싶어하지 않는다. 먼 곳까지 많은 돈을 들여서 휴가를 즐기러 갔는데 범죄자 취급받으면 오히려 화가 나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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