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사회적 고립감은 불행을 불러
무작위적 친절·사회연결망 만들기 등
배려와 친절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 이은규 울산발전연구원 전략기획실장

올 6월, 한국은행은 ‘국민계정 2015년 기준년 개편 결과’를 발표하였다. 통계수치의 현실반영도를 높이기 위해 기준연도를 2010년에서 2015년으로 바꾼 것이다. 기준연도 변경은 대부분의 국가들도 시행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5년을 주기로 개편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 시대’가 기존 2018년도에서 2017년도로 1년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2006년 ‘2만 달러’ 시대를 연후 11년 만에 ‘3만 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5000만명 이상 국가들 중에서 일본, 독일,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7번째라고 한다. 현재 4만 달러 이상을 유지하는 국가는 미국과 독일뿐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소득 3만 달러’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이유도 설명하고 있다. 국민소득에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관련 소득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은행은 기업·정부 영역을 제외한 순수 가계 소득은 1인당 GNI의 54% 수준이라고 밝혔다. 2018년 기준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1만8144달러라고 한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3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국민 개개인은 여전히 2만 달러 이하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언론의 표현처럼 ‘부자 국가, 가난한 국민’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기도 하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유엔의 ‘2019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156개국 중 54위로 나타났다. ‘세계행복보고서’는 1인당 국내총생산과 사회적 지원, 기대 수명, 사회적 자유, 관용, 부정부패 정도 등을 측정해 행복지수를 산출한다. 행복지수가 낮게 나타난 분야는 사회적 지원, 부정부패 정도, 사회적 자유 등의 항목이다. 사회적 지원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주위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144위라는 것이다. 한국사회가 유독 사회적 비교가 심한 편이기는 하나 남이 정한 기준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고통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행복도는 전반적으로 후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정리하였다. 경제적 부(富)가 행복의 유일한 척도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최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행복지수를 높여가는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었다. 국가의 부나 사회적 현실과 무관하게 개인 스스로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행복은 주어지는게 아니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총 8단계에 걸쳐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다. 그 중 2가지 정도는 단계와 관계없이 당장 실천해 볼만하다고 생각된다. ‘부담없이 할 수 있는 무작위적 친절 베풀기’와 ‘적극적인 사회연결망 만들기’이다. 무작위적 친절 베풀기는 도로에서 양보하기, 주위에 감사의 말 전하기, 동료에게 친절하게 대하기, 떨어진 쓰레기 줍기 등 어렵지 않은 일들이다. 이런 행동은 누군가를 돕거나 격려하기 위해 아무 사심없이 실천하는 행동으로 규칙적으로 하는 봉사활동만큼이나 행복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외로움은 사회적 고립감을 주고 육체와 정신 건강에 수많은 부정적 결과를 가져온다. 오래전부터 사회과학자들은 사회연결망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해 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행복감이 높은 사람들은 서로 이어져 있는 경향이 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행복의 변화가 연결망을 통해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연결망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하고 있다.

다가올 2020년은 ‘경자년 쥐’의 해라고 한다. 쥐는 다산과 관련되어 있어 번성과 풍요를 상징한다고 한다. 내년은 국가와 국민 모두가 부자인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로 배려하고 친절을 베풀어 가며 시민 개개인이 행복해지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더불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만큼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가 한층 더 성숙해지고 평화로워지길 기원한다.

이은규 울산발전연구원 전략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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