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에 건립예정인 국립산재전문공공병원(산재병원)이 ‘하명수사의혹’ 사건의 중심에 섰다. 산재병원 건립이 거의 확정적이었다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좌초된 것에 대해 검찰이 청와대의 선거개입에 대한 의혹의 근거로 보고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압수수색했다. 울산시민이라면 누구나 오랜 숙원사업이 아무런 정당성 없이 단지 정치인들의 당락을 위한 수단이 됐는지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는 마음 한편에 십수년만에 겨우 첫단추를 꿴 산재병원 건립에 또다시 제동이 걸릴까 불안한 마음도 가득하다.

울산에서 산재병원 설립 요구가 터져 나온 것은 16년전인 2003년이다. 전국적으로 산재병원이 10곳에 이르지만 유독 우리나라의 산업수도인 울산에만 없다는 것이 난센스였기 때문이다. 이같은 울산의 여론은 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을 거치는 동안 대선 때마다 지역공약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산재병원이 의료수준이나 경제성 측면에서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지지부진하다가 10년만인 2013년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대안이 바로 산재모병원이다. 전국 10개 산재병원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갖도록 한다는 전략이 주효했던 것이다. 설립지역은 당연히 울산이어야 한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산재모병원 설립 연구용역’ 결과였다.

2014년 1월 실시된 예비타당성 조사 때 산재모병원은 4268억원을 들여 UNIST(울산과학기술원) 부지 내에 500병상 규모로 2015년 착공해 2019년 완공한다는 계획이었다. 벌써 준공됐어야 할 산재모병원은 지난 5년간 예타에서 추진과 무산을 반복하다가 올해 1월 송철호 울산시장의 절친인 문대통령이 마침내 예타면제사업으로 지정함으로써 비로소 확정됐다. 김기현 시장 시절 예타에 걸렸다가 송시장으로 넘어와 예타면제로 해결됐다는 사실만 달라졌을 뿐 정책적으로 지속성과 당위성이 충분하다는 말이다.

“김기현 시장이 추진하던 산재모병원이 좌초되면 좋겠다”는 송병기 전 부시장의 업무수첩대로 비열한 정치적 거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울산에 국립산재전문공공병원건립이 반드시 필요한 정책적 결정이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하명수사의혹’의 연장선에서 정치적 거래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는 별개로, 이미 확정된 국립산재전문공공병원의 성공적 건립을 위한 정부의 정책 추진에는 어떠한 차질도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검찰 수사나 정치 쟁점화에 휘둘려 병원 건립에 제동이 걸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산재병원 하나 없는 울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산업재해가 많은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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