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울산경제가 어렵다고들 아우성이다. 울산경기의 악화는 글로벌 조선경기의 침체에 따른 조선업의 위기와 패러다임 변화를 앞서가지 못한 자동차산업의 뒷걸음질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점점 호조세로 돌아서고 있음에도 울산경제만 유독 회복세를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역경제의 자생력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안 없이 대기업의 성공에 의존해온, 타성에 젖은 경제정책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울산시가 내년 10대 핵심과제를 선정, 발표했다. △울산 청년 기(氣) 살리기 △울산형 산단안전망 구축 △도시재생 및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수소 도시 울산 △한국인 게놈 빅데이터 기반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산업수도 재도약을 위한 울산경제자유구역 지정 추진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운 대기환경 조성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행복도시 조성 △반구대암각화 보존 및 세계유산 등재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예비타당성 면제) 대상 사업 신속 추진 등이다. 시는 “선언적 개념이 아닌 보다 현실성 있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과제”라고 밝혔다.

한해를 시작하는 시점엔 누구나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되므로 시정의 핵심과제를 발표, 시민들과 공유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시가 주력하는 분야에 대한 범시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사업의 추진력이 배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시가 선정한 10대 핵심과제는 이미 지난해 혹은 수년전부터 진행중인 사업들 중에 분야별로 10가지를 간추려놓은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어 아쉽다. 물론 새해가 됐다고 해서 갑자기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새로운 의제를 제시해 주민들의 힘과 마음을 모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거나, 지역주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는 경제분야에 집중하거나, 답답한 지역경제에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사업을 제시, 시민들의 가슴에 희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내년은 그 어떤 부문보다 경제회복에 행정력을 총동원할 필요가 있는 한해다. 현대중공업이 선박수주가 늘어나는 등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현대자동차도 수소·전기·자율주행 등 미래차산업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동북아에너지허브, 수소, 풍력 등 울산시가 공들여온 에너지 관련 산업도 초석을 다지는 단계를 뛰어넘어 한단계 발돋움을 해야 하는 시기에 도래했다. 여러모로 내년은 성장정체의 늪을 벗어날 수 있는 적기다. 정치적으로는 더욱 혼란스러운 한해가 될 것이 뻔하지만 실기(失機)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민·관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힘을 모아 경제를 회복시켜야만 하는 2020년이 밝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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