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들여 피드백 충분히 하며
과실은 공개해 전문가 의견 들으면
우리사회 당면한 난제들 풀수 있어

▲ 김도하 내과의원장

2019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이 맘 때는 해마다 격동이니 다사다난이란 말을 하지만 이런 표현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 같다. 한 해의 마무리를 짓고 가는 황혼마저 아름답고 풍요롭게 비춰지지 않아, 마치 차고 황량한 들녘에 벌거벗고 서 있는 듯한 기분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받는다.

새해에도 경제성장률과 청년실업률, 출산율, 자살률 등등 높아야 할 것은 낮고, 낮아야 할 것은 높은 난제들이 숱하게 놓여있다. 다음 세대가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더 못한 조건에 놓이게 될 것을 걱정하는 부모들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심각한 청년실업이나 고용불안정 등을 보면서 부모들은 걱정을 하게 되었다. 실제 잃어버린 20년에 갇힌 일본의 사례를 보면 이것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는데, 일본은 평균임금이 피크였던 1997년에 월 37만엔 정도였는데, 20년 후인 2017년에는 오히려 6만엔이 줄어든 31만엔을 받았다고 한다.

모두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도 아니다. 하루 이틀에 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만의 일이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국민을 모두 만족시키는 정책이나 제도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어려운 문제일수록 먼저 국민과 충분히 대화하고, 상세히 설명해야 하며, 이해를 구하면서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살피면서 풀어나가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지나온 한해 동안은 이런 국민의 바람과는 어긋나는 일들이 유난히 많았던 해로 기억된다. 여야 정치인들과 특정 이익단체들은 차분한 대화와 양보, 타협보다는 상대방 입장을 도외시하며 고함을 질렀고, 극한투쟁까지 마다하지 않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국회의원들 스스로 ‘누더기’라는 등의 막말도 했고, “초심을 잃었다”고도 했던 최근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그렇지 않아도 쓸쓸해지는 연말연시에 국민을 더 우울하고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개정안에 흠결이 있다는 것은 인정을 하면서도 서로 상대방에 잘못이 있다고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오류가 있다면 개선을 시키려고 해야 할 텐데 그런 의지가 있는지조차도 의심스럽다. 더 큰 문제는 개정안의 어디에 어떤 방법으로 민의가 담겼는지 대부분의 국민들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의사로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민망하지만, 오진을 하지 않는 의사는 없다. 지난 6월에 미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오진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의학정보 웹사이트 메드스케이프가 발표하였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진단을 하는 과정에서 환자로부터의 피드백 부족, 시간 제약, 오진을 공개하지 않는 문화 등 세 가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오진율이 높은 응급의학과의 경우는 자신의 전문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진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잘못이 의료계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 사회적 갈등, 경제의 저성장, 주위 강대국과의 불협화음 등등 모두를 걱정하게 만들고 있는 난제들을 풀기 위한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과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시간을 가지고, 피드백도 충분히 하면서, 잘못된 부분은 숨김없이 공개하고, 자기 분야가 아니면 전문가에게 양보를 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다.

몇해 전 까지만 해도 우리는 팍스 코리아나를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면서 자신감에 차 있었던 시기가 있었지만, 한국은 최근 세계경제 성장률에 한참 못 미치는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가변성과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불안정한 시기이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도 슬기롭게 헤쳐나온 우리 국민의 굳건한 의지와 자긍심이라면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연말의 정치 현실이 우려된다고 하지만, 국민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 마침 내년에 총선도 있다. 실제로 국민은 결정적 순간에 아주 현명한 선택을 해왔다.

새해에는 각계각층에서 국민을 두려워하고, 민의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정치, 사회, 경제 등 각 분야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민의를 얻기 위한 선의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덩달아 대한민국이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 또 한 번의 도약을 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도하 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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