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길부 국회의원(울산울주)

필자가 2004년 5월부터 지금까지 국회의원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국회의원이 깡패입니까?’라는 말이다. 그 사유는 이렇다. 울산에서 가장 뛰어난 교육여건과 정주환경을 갖추고 있는곳 중 하나가 울주군 범서읍 구영지구다. 약 3만명이 살고 있는 범서 구영지구는 1996년 말 당시 한국토지공사(LH)에서 22만평 규모의 택지개발로 시작되었고, 2006년 말 사업준공을 앞두고 있었다. 2006년 중순 현장에 가보니, 사업 준공이 되고나면 교통체증이 생길 것이 눈에 선했다. 당시 5400세대 약 1만5000명이 2007년 말까지 입주할 계획인데도 시내와 연결된 도로는 국도 24호선 하나 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출퇴근 시간에 교통체증이 심한데, 1만5000명의 출퇴근 차량이 더해진다고 생각하니 아찔하였다.

울산시와 LH공사도 총사업비 214억원의 우회도로를 내려고 하였으나 문화재 매장지역으로 그 노선이 불가능해지면서 문제가 꼬였다. 더구나 울산시가 도로개설비 명목으로 100억원을 LH공사로부터 받아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도로인 범서고등학교 앞에서 다전터널을 지나 다운고등학교까지 연결되는 우회도로를 내려고 하였는데, 비용이 당초 안보다 약 500억 더 소요되어 합의가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서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약 1만5000명의 입주는 코앞에 다가오고 있는 형국이었다. 필자는 LH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나섰다.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LH 실무책임자는 펄쩍 뛰었다. 한참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그 책임자는 필자의 보좌관에게 ‘국회의원이 깡패입니까? 진입도로 비용 100억 내기로 합의하여 2005년 울산시에 다 완납하였고, 올해 말 준공이 나는데 왜 국회의원이 지금와서 개입하는 겁니까?’라는 취지로 항의를 하였다.

그 실무책임자는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 입장에서는 입주할 주민들의 교통체증이나 불편을 생각하니, 아무리 깡패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하였다. 다행히 당시 필자는 건교부 차관을 역임하고 나온 지 얼마되지 않았고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이라 도움을 요청할 곳이 많았다. 약 3개월에 걸쳐 10여차례 회의를 한 끝에 LH공사는 기존 100억원을 부담한 것 이외에 추가로 233억원을 더 내기로 하였다. 이로써 범서고등학교 앞에서 다전터널을 지나 중구 방향으로 새로운 도로가 건설되어, 국도 24호선을 통과하지 않고도 범서에서 시내방향으로 바로 갈 수 있는 도로가 생긴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된 것은 LH가 추가로 부담한 233억에는 우회도로 개설비 150억원 뿐만 아니라, 구영지구의 체육공원 신설비용 83억원이 포함된 것이었다. 그 돈이 보태져 2016년 12월29일 범서 구영리에 국민체육센터를 열수 있었다. 내년 초순경 착공되는 범서하이패스IC도 마찬가지다. 신설하는 범서하이패스IC 인근에 장검IC가 있다 보니 관련 부처에서 어렵다고 난색을 표시하였다. 그러나 이 또한 몇 년간에 걸쳐 참으로 힘들게 노력한 끝에 관철시켰다. 범서하이패스IC가 개통되면 범서에서 국도 24호선을 거치지 않고 울산시내와 공단으로 갈수 있어 신복로터리 교통체증 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범서지역은 현재 인구가 약 7만1000명으로 불과 몇년 사이에 급증하였지만,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지리적으로 KTX울산역 및 시내에 가깝고 경부고속도로, 부산울산포항고속도로, 함양울산고속도로 등 사통팔달의 울산교통 중심에 위치해 있다. 또한 천상고등학교가 신설되는 등 교육여건도 좋아졌고, 국민체육센터 외에도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신설되는 등 정주여건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약 50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열정과 논리로 무장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고 믿고 있다. 그런 면에서 ‘국회의원이 깡패입니까?’라는 오래된 일화는 필자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다. 강길부 국회의원(울산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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