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남사 인근에서 청도군 운문면 삼계리로 이어지는 ‘운문터널’이 31일 개통됐다. 이로써 언양을 비롯한 울산 서부권은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로 완전하게 자리매김하게 됐다. 전국 대부분의 터널이 그렇듯이 터널은 거리를 대폭 단축시켜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고 물류의 수송도 용이하게 한다.

운문터널은 지난 2015년 11월 착공했다. 길이 2.4㎞(터널 1.87㎞, 접속도로 0.53㎞) 터널의 개통으로 거리는 당초 4.55㎞에서 2.4㎞로 2.15㎞가 줄어들었고, 시간은 10분 정도 단축됐다. 물류비용은 연간 300억원 정도 절감될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운문령 고갯길은 경사가 가파르고 구불구불하게 개설돼 있어 항상 사고위험에 노출돼 왔다. 특히 눈이 왔을 때는 교통이 두절되는 경우가 예사였다. 또 고갯길에는 주차장이 없어 경치를 구경하려 해도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신설 터널이 생김으로써 빠른 속도로 이동하다 보니 옛 도로가 주는 수려한 경치를 구경할 겨를이 없게 되는 아쉬움이 있다. 지난 2008년 개통된 가지산터널도 사람들의 이동을 획기적으로 바꾼 계기였다. 가지산터널은 상북면 궁근정리와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를 잇는 터널로, 길이는 약 4.5㎞다. 그 전에는 모든 사람들이 가지산 6~7부 능선 쯤에 있는 석남터널을 이용했다. 그러나 이 가지산터널이 생기면서 석남터널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현격히 줄어들었다. 또 석남터널 인근 식당과 가게도 명맥만 유지할 뿐 옛날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번 운문터널 개통으로 언양~청도간 거리가 크게 단축되고 영남알프스 관광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시민들은 알고 있다. 터널을 이용한 이동 속도는 크게 빨라질지 몰라도 영남알프스 산악관광 활성화는 오히려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가지산 일대 영남알프스 산악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운문령과 석남터널 인근을 새로운 차원의 산악관광 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운문령과 석남터널으로 이어진 길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조망권을 갖고 있다. 또 언양, 청도, 밀양에 얽힌 고갯길 스토리도 무궁무진하다. 이 훌륭한 관광자원을 폐도나 다름 없는 길로 방치한다는 것은 자원의 낭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적으로 고갯길을 관광자원화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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