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中 동북까지 3천㎞ 파이프라인 연결
2024년 완공…年 380억㎥ 천연가스 공급
울산항, 신재생에너지 허브로 역할 기대

▲ 성인수 울산도시공사 사장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뉴스를 보다가 ‘시베리아의 힘’에서 세 장면이 떠올랐다. 수영하는 푸틴 대통령의 힘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혜안과, 시베리아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이었다. 시베리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는 가스관 명칭이 ‘시베리아의 힘’(Power of Siberia)이다. 수교 70주년 중국과 러시아의 ‘신시대 전략협력 동반관계’ 협력강화 결과물로, 미국 주도 에너지패권에 맞서 양국이 새 에너지 동맹,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그 힘이 시베리아 두 곳 대형가스전의 천연가스를 러시아 극동과 중국 동북지역까지 연결한 3000㎞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2월2일 화상을 통해 가스관 개통식에서 “가스를 공급하라”고 명령했다. 시진핑 주석도 화상연결로 “가스를 받아라”고 화답했다. 아무르 강을 건너 가스관은 3371㎞ 길이로 중국 내부를 관통한다. 중국 쪽 파이프라인은 2015년 6월 시작되어 2019년 7월 지린성 창링을 지났고, 2020년 말까지 허베이성 융칭으로 연장되고, 헤이허-상하이 라인은 2024년 완공된다. 중국은 이 가스관들을 이용해 연간 380억㎥의 천연가스를 들여가게 된다.

셰일층에 갇힌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를 뽑아내는 ‘셰일혁명’으로, 에너지 중심국가도 오펙에서 석유 순수출국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퇴적암 셰일층에 갇힌 원유를 고압의 물과 화학화합물로 빼내며 시추관 압력을 낮추면, 가스 뒤에 오일도 끌어 올릴 수 있다. 미국은 2019년 9월 하루 평균 8만9000배럴의 석유를 순수출했고,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 전세계 생산 1위, 수출 4위다. 미국은 중동산 원유의존도가 크게 낮아져,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따돌리고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에 올랐다.

러시아는 유럽에서 미국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이후 판로가 막혀 아시아지역을 관통하여 LNG수출로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중국은 대기오염 해결을 위해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전환하려 한다. 미국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다가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 이후 미국산 LNG가스 수입을 중단했다. 중·러는 1996년부터 논의와 연구를 시작했고, 2014년 중·러 정상회담 이후 프로젝트에 서명했고,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 일부를 2019년 연결시킨 것이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제안으로 23년 전부터 울산대학교가 시베리아 대학들과 교류했다. 노보시비르스크 공항 출발 톰스크 행 버스가 밤에 휴게소가 없어 길에 멈춰 섰다. 밤하늘과 함께 용무를 보면서, 하늘에 별이 그토록 많은 줄도 깨닫고, 미처 몰랐던 러시아의 삼림과 자원의 풍부함에 탄복했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영향으로 러시아에서 농림, 광산, 에너지 사업을 하던 현대자원개발은, 유가하락 등 환경변화에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현대종합상사로 이관되었다. 중동산원유 수입가격이 2011~2014년 배럴당 100달러가 넘었던 때가 세계가 새로운 에너지원을 모색한 촉매기였다.

울산항에 오일 및 LNG 저장시설을 구축하는 일은 동북아 오일·가스 허브, 에너지거래시장(RUS-SAN마켓) 개설로 가는 길이다. 에너지 분야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일은 정치적 상황보다 쉽지 않다. 세븐브리지 중 에너지 허브를 지향하는 울산은 국제정세와 에너지 각축전에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석유시대도 종말을 고하겠지만, 석유가 부족해서 끝나지는 않는다’는 야마니의 말처럼, 이제는 신재생에너지로 태양광, 풍력, 수소, 천연가스 등으로의 전환기에 속한다.

성인수 울산도시공사 사장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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