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도시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그린벨트(GB·개발제한구역)가 종종 거론된다. 제조업 침체 속 재도약을 노리는 울산은 대규모 복합형 도시개발, 산업단지 개발과 확장, 노면전차(트램) 등 과제가 차고 넘친다. 하지만 필수요건인 개발용지가 턱없이 부족하다. 울산은 전국 대도시권 중 유일하게 도심 내부에 그린벨트가, 그것도 도심외곽을 둘러싸고 있어 도시 확장성마저 크게 제한되고 있다. 왜곡된 도시계획 수립, 도시의 경쟁력 하락, 인구 유출문제, 국내외 기업의 투자 저해, 균형성장 제약 등 각종 부작용도 따른다.

울산시가 그린벨트를 합리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보존과 개발이라는 논리가 충돌할 수 있지만 사정이 그만큼 급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오래전 수립된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에 발목이 잡혀있다. 울산시의 특단의 대책 요구를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울산지역 개발제한구역의 문제점과 해제 완화의 필요성, 해법은 없는지 살펴본다.

울산지역 그린벨트 면적 269.2㎢ 중 임야 비율 72.9%
정부 등급 갱신하면서 해제 어려운 1·2등급 대폭 증가
나무의 수령증가가 주원인…GB 관리잘해 오히려 손해
울주군-도심 단절 등 응집력·시설 활용도 크게 떨어져
市, 그린벨트 해제 권한 위임 면적 100만㎡로 확대 요구

◇미래세대를 위한 유보지 그린벨트

그린벨트는 도시 주변 녹지공간을 보전하려고 지정한 공간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유보지 개념도 가진다. 우리나라에 그린벨트 제도를 도입한 때는 1971년이다.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나타난 대도시 인구집중 억제, 무질서한 도시 확산 방지 등을 위해서였다. 정부는 그린벨트 경계선을 엄격히 지켰다. 1999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린벨트 해제의 물꼬가 터졌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해 해제 기준을 수립했다.

 

환경평가의 항목은 △표고 △경사도 △식물상(植物相·특정하게 한정된 지역에 분포해 생육하는 모든 식물 종류) △임업적성도 △농업적성도 △수질 등 6개다. 토지 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항목들로, 각기 1~5등급으로 분류된다. 종합등급도는 각 항목별 등급을 중첩한 뒤 상위등급 우선원칙(각 항목 중 가장 상위 등급을 종합등급상의 최종 등급으로 결정하는 원칙)을 적용한다. 환경평가 1~2등급은 원칙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못한다. 3등급 이하의 경우 필요한 절차를 거쳐 해제가 가능하다. 정부는 당시 울산을 포함해 전국 그린벨트의 환경평가 등급을 결정했다. 울산의 그린벨트 면적은 269.2㎢이다. 그린벨트에서 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72.9%에 달한다. 1999년 기준 울산은 1·2등급이 50.8%였다. 3~5등급이 49.2%로 나타나면서 울산시는 다소 여유를 가지게 됐다.

◇30만㎡이하 시장에 위임돼도 가용면적 태부족

그러나 정부가 2016년도에 등급을 한차례 갱신하면서 여권은 더욱 악화됐다. 1·2등급이 대폭 늘어난 반면, 해제의 여지가 있는 3~5등급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1·2등급은 79.2%로 기존보다 28.4%p 증가했다.

 

반대로 3~5등급은 49.2%에서 20.8%로 28.4%p 감소했다. 1·2등급이 대폭 늘어난 주요 이유는 제도 도입 후 2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식물상’에 해당하는 나무의 수령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등급은 수령 41년 이상 천연림을, 2등급은 수령 21~40년의 천연림 또는 수령 41년 이상의 인공림을 말한다. 전국 특·광역시 평균 1·2등급 감소율인 18.4%보다 10%p나 높다.

역설적으로, 그린벨트 관리를 잘한 지자체는 손해를 본 셈이다. 나무는 앞으로도 계속 자란다. 갈수록 1·2등급 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3~5등급 20.8%마저 개발할만한 땅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등급 조정에 따라 이뤄진 3~5등급 지형의 형태 때문이다. 울산지역 3~5등급 그린벨트는 ‘선형’인데다, 곳곳에 흩어져 있다 보니 개발계획(구역 정형화 등) 수립이 불가능한 것이다.

정부가 지자체에 위임한 해제 권한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정부는 2016년 3월30일부터 그린벨트 해제면적이 30만㎡ 이하인 경우 해제 권한을 시장 및 도지사에게 위임했다. 그러나 30만㎡에서 도로, 녹지 등 기반시설을 빼낸 실제 가용면적은 최대 50%에 불과하다. 울산시 관계자는 “‘차포’ 떼고난 15만㎡ 규모의 가용면적으로 울산의 신성장 동력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하소연한다.

◇왜곡된 도시개발, 부작용 심각

울산시가 그린벨트에 더욱 민감한 이유는 그린벨트의 위치 때문이다. 먼저 그린벨트가 도심 내 형성돼 있다. 전국 대도시권에서 유일하다. 이는 도시의 응집력을 떨어트렸다. 울주군(언양권)과 도심을 단절시켰고, 북구권을 동떨어지게 했다.

도시의 성장축은 기형화됐다. 120만명을 위한 도시계획 수립도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 관공서, 도서관, 체육시설, 문화시설 등 도시 기반 시설 활용도 또한 크게 떨어진다. 무엇보다 미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울산으로선 뼈아프다. 도심과 연계한 확장이 불가능해지면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도심은 갈수록 과밀화됐고, 외곽은 갈수록 쇠락하면서 균형성장도 깨졌다. 국가산단의 확장성도 상실되면서 기업의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울산시가 신교통수단으로 추진하는 트램도 마찬가지다. 그린벨트 때문에 거리가 멀어 경제성이 떨어지는 울주군과 북구쪽으로 노선을 만드는 게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에 따른 경제적 기대 효과도 저하 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도로의 노선을 따라 다양한 개발수요가 일어날 수 있는데, 그린벨트에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며 “울산시에는 크나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지역적 특성 반영한 그린벨트 정책 적극 검토돼야”

울산시는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국토부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시는 국토부에 끊임없이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 권한 위임 면적을 100만㎡로 확대해 줄 것과 입지여건상 불가피한 경우 1~2등급 해제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 달라는 게 요지다. 울산시는 대체녹지를 조성하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또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안도 내놨다. 그러나 국토부는 ‘수용 불가’로 결론을 내리고 더이상 협의하려 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부처간 복잡한 이해관계다. 국토부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닌 산림청, 환경부, 농림부 등의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개혁 정책에 맞춰 대정부 차원의 집중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울산발전연구원은 그린벨트 제도 개선 방안을 기본과제로 채택해 연구용역에 착수한다. 그린벨트 해제 기준에 지역적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용역의 핵심이다.

정현욱 울발연 도시공간연구실 박사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린벨트가 도심 내 있다는 점”이라며 “대도시권 외곽으로의 도시 확장을 막는 그린벨트의 도입취지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시 인프라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린벨트를 건들 수밖에 없다”며 “북구 송정동 인근과 울주군 범서 구영들 인근의 그린벨트만 풀어도 도시의 기능 강화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린벨트 제도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보다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개선하는 방안을 정부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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