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거주하는 외국인 2만여명
탈북민도 500여명…해마다 증가세
피부색·억양 따른 편견·차별 여전
함께 걷는 ‘울산사람’ 될 수 있게
주민과 교류·소통의 공간 보장돼야

다문화 가정, 탈북민 가정 등 용어는 이젠 우리 일상에서 친숙한 단어가 됐다. 2019년 11월 기준 울산에 거주중인 등록외국인 수는 결혼이주민, 외국인노동자 등을 포함해 2만여명, 탈북민 수도 500여명 이상이다.

이처럼 울산도 다양한 문화와 가족 등 글로벌 구성원들의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억양, 피부색 등 생김새, 타문화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차별 받거나 아예 배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이 온전한 울산시민들의 이웃으로 자리잡기엔 아직 어려움이 많다는 의미다. 이들은 울산이 글로벌 도시로, 또 통일 한국에서 북방경제 중심도시로 거듭나게 하는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이같은 현실적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미 상당 부분 글로벌화가 진행된 국제 현실 속에 이들도 떳떳한 울산민으로서 대접받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명확하다.

울산에 삶의 터전을 잡은 외국인주민과 탈북민들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과 배려가 필요한지 짚어본다.
 

 

◇다문화·탈북민 원하는 것은 ‘울산 시민’ 되는 것

울산에 거주하는 다문화 가정(결혼이주민)과 탈북민의 수는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울산 지역 다문화 혼인 건수는 506건이며, 이는 2017년보다 55건(12.2%)이나 증가한 수치다. 울산에 거주중인 결혼이민자 수도 크게 증가했다. 울산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울산에 거주중인 결혼이민자는 총 3758명으로 10년전인 2009년 2356명과 비교하면 1402명(59%)이 늘었다.

탈북민 증가세도 비슷하다. 울산하나센터에 따르면 2010년 센터가 처음 개소했을 당시 센터에서 파악한 울산 거주 탈북민은 100여명 정도였으나, 2019년 기준 현재는 500여명이 조금 넘어 5배 가량 증가세를 보인다.

 

이처럼 다문화가정과 탈북민 가정이 지속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하다.

탈북 후 첫 거주지로 울산을 택한 탈북민 ㄱ씨는 ‘남한 억양’을 배우기 위해 노력중이다. 분단의 세월 동안 뜻이 달라지거나 의미가 바뀐 단어를 제외하곤 같은 한글을 쓰지만 북한 억양으론 여전히 취업은 물론, 생활 전반에서 차별과 불편한 시선을 받기 때문이다.

ㄱ씨는 “예전보다 인식이 좋아졌다고 해도 북한 억양을 쓰면 여전히 보는 시선과 대하는 태도들이 달라진다. 한 번은 채용공고를 보고 전화를 했더니 ‘한국 사람’만 받는다더라. 나도 한국 사람이고 울산 사람인데 난 여전히 여기서 낯선 외지인이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 A씨는 울산시교육청과 다문화가족센터가 연계해 다문화 사회와 문화를 초·중등학생에게 가르치는 다문화사회 전문 강사이다. 하지만 정작 A씨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지만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강사님’이나 ‘선생님’이 아닌 ‘어머님’이라 불린다.

A씨는 “다문화사회 강사들을 한국에 시집 온 외국인 엄마 정도로 보니까 어머님이라고 한다. 정정을 요구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내가 한국 사람이었어도 과연 선생님들이 날 강사님이 아닌 어머님이라 불렀을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다문화 가정이나 탈북민들이 바라는 건 자신들에 대한 특별대우나 대접이 아니라 동등한 울산 시민으로 봐주는 시선이라고 강조했다.

울산남구다문화가족센터의 유순희 센터장은 “다문화라는 것부터가 사실 차별적 언어이다. 탈북민들을 가리키는 새터민이란 단어도 차별단어라 안 쓰지 않나. 다문화보단 상호문화라고 해야한다”면서 “상호문화 가정이나 한국인 가정이나 별 다를 바 없고, 외국인주민들도 우리와 똑같은 울산 시민이다”고 말했다.
 

 

◇맞춤형 지역사회의 지원과 배려 필요해

다문화 가정이나 탈북민들이 특별대우를 바라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울산에 자리를 잡고 울산 시민으로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지역사회의 배려와 지원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남구다문화가족센터에 따르면 최근 울산에 거주하는 외국인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사전 요구도 조사에서, 외국인주민들이 가장 바라는 건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 그룹 활성화 △지역민들과의 소통 △외국인 자원봉사를 통한 지역 공헌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 센터장은 “이들은 지역 주민들과 화합하고,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장소나 활동, 계기를 가장 원한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교류·소통 공간은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울산에서는 남구청에서 지원하는 ‘외국인 주민 지원 사업’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다가온’이라는 이름의 교류·소통 공간이 문을 열었다. ‘다가온’에선 결혼이주민들끼리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물론, 내국인도 중국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싶으면 언제든 방문해서 배울 수 있다. 각종 커뮤니티 모임도 여기서 열린다. 그러나 이런 교류·소통 공간은 현재 남구에만 운영되고 있다.

유 센터장은 “교류·소통 공간이 보장돼야 다양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그런 커뮤니티를 통해 또 다채로운 활동들을 펼쳐 외국인주민들이 지역 사회에 기여도 할 수 있다. 울산시가 지원에 나서야 할 때이다”고 강조했다.

탈북민의 경우 하나센터와 각 구·군별 북한이탈주민지원 지역협의회가 탈북민 지원을 맡고 있다. 하지만 중구의 경우 거주 탈북민 100명 이하는 지역협의회 구성이 의무가 아니라는 관련 법에 따라 아직 북한이탈주민지원 지역협의회가 없다.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선 지역협의회 구성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울산 하나센터의 경우 건물 역시 민간위탁을 맡고 있는 한국국제봉사기구의 건물을 대신 쓰고 있어 탈북민을 위한 제대로 된 공간은 없는 셈이다.

지원은 물론 탈북민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울산 하나센터 박을남 센터장은 “많은 분들이 도움이 필요한 탈북민들을 후원해 주신다. 다만 후원금 전달식 자리에서 후원자들이 탈북민들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탈북민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하다. 탈북민인 사실이 알려지면 국내에서 차별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특수한 사정을 이해하고 조금만 배려해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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