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 남구 신정평화시장 내 청년몰 ‘키즈와 맘’ 강상근(왼쪽) 상인회장과 청년 상인들이 환하게 웃으며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공업도시 탈피…관광·소비도시로 변화 필요 시점
일자리 줄어들면서 청년 인구 유출·감소로 이어져
울산 젊은 CEO들 신정평화시장 청년몰서 새꿈 펼쳐
도매시장 이전 부지 인근에 ‘제2청년몰’ 건립 제안
울산형 청년정책 만들어 젊은층 지역 회귀 이끌어야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의 역동성이 급격히 꺾이고 있다. 국내 어느 도시보다 활력 넘치고 젊었던 다이나믹 울산은 주력산업인 제조업 침체와 더불어 잃어버린 울산을 얘기해야 할 정도로 침울하다. 무엇보다 청년의 탈울산 지속으로 울산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여서 위기감은 더욱 크다. 특히 대기업 위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불황다운 불황을 느끼지 못하고 성장일변도를 달려왔던 울산은 타지역 대비 청년들을 위한 기반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게 현실이다. ‘오포세대’ ‘이태백’ 등 청년실업은 전국적 현상이지만 울산의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울산의 지속성장은 결국 청년이 미래 희망을 얘기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울산의 청년들이 원하는 바를 살펴보고 울산 청년 정책이 가야할 방향을 짚어본다.

◇‘제2청년몰’ 건립해 청년일자리 창출 필요

지난달 25일 찾은 울산 남구 신정동 신정평화시장 내 2층 청년몰 ‘키즈와 맘’. 오전 이른 시각임에도 상가는 영업 준비로 분주했고, 젊은 업주들의 목소리로 상가안은 활기를 띄었다. 지난 12일 문을 연 이 곳은 울산지역 1호 청년몰로 음식, 음료, 유아 의류, 핸드메이드 소품 제작 등 11개 상점이 입점해있다. 입점한 점포의 업주들은 모두 20~30대의 젊은 CEO들이다. 이들 청년 CEO들에겐 이 곳이 새로운 희망의 터전인 셈이다.

이들 중에서도 청년몰 회장을 맡고 있는 강상근(37) 인화당(수제만두) 대표에게는 더욱 소중한 곳이다. 울산에 첫 와인테마건물 건립을 꿈꾸던 그는 경기침체 여파로 와인바를 접고 몇 년 전 건축일에 뛰어들었으나 자재대금 등 수천만원을 받지 못하고 빚만 남긴 쓰라린 경험을 했다.

강 대표는 “두 번의 사업 실패로 실의에 빠졌었는데 울산에도 청년몰이 개장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준비해 참여하게 됐다”며 “여기서 기반을 잡아 앞으로 울산지역 뿐 아니라 전국의 대형마트에 입점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강 대표 뿐 아니라 11명의 젊은 CEO들 대부분이 이처럼 사업실패나 실직, 계속된 취업실패 등을 겪은 뒤 이 곳 청년몰에서 재기 또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특히 젊은 도시 울산이 고령화 되어가고 있고, 청년층이 외지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첫 청년몰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그렇다면 이들 청년들에게 비쳐지는 울산은 어떤 도시일까.

한 청년 CEO는 “경기가 호황인 시절과 달리 현재의 울산은 청년들에게 사실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도시다”라고 했다.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지 않고 문턱이 높은데다 도소매 및 서비스업 등 다양한 창업 생태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이제는 공업도시에서 탈피, 관광과 소비도시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상근 대표는 “울산에는 청년들을 위한 이러한 공간이 없어서 창업을 하고 싶어도 어쩔수 없이 서울이나 부산 등 타지로 갈 수밖에 없었다”며 “이 곳 청년몰을 계기로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부지(율리) 인근에 제2청년몰을 건립해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쇼핑·관광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창업·기술지원 생태계…청년기준에 맞는 정책

울산지역의 청년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고, 그 비율 또한 감소 추세다. 실제 2012년 33만5000여명에 달했던 울산 청년인구는 2019년 10월말 기준 28만1000여명으로 5만명 이상 급감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9.2%에서 24.4%로 4.8%p나 줄었다. 젊은층 인구가 갈수록 줄면서 울산은 고령화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주력산업의 침체속에 청년들의 고용률과 실업률 등 고용지표도 좋지 않다. 올해 3분기 기준 울산지역 청년층 고용률은 39.9%로 전국 8대 특·광역시 중 7번째로 낮았다. 전국 평균(43.9%) 뿐 아니라 8대 도시 평균(42.6%)과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치다.

이처럼 일자리 감소는 필연적으로 청년인구 유출 및 감소와 맞물릴 수밖에 없는 것으로 결국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청년몰 입점업체인 리틀제이 대표 서지현(여·39)씨는 “타지로 떠난 청년들이 돌아오게 하는 길은 결국 일자리 창출 뿐”이라며 “또한 저 같은 경단녀(경력단절여성) 등 일하는 엄마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고 기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대 변화 및 청년 기준에 맞는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동섭 UNIST 경영학부 교수는 “울산은 제조업 중심으로 국부 창출과 청년 고용효과를 가져왔지만 과거의 성공담에 불과하다”며 “이제는 디지털 환경에 잘 적응한 청년들에게 소프트웨어 관련 교육을 확산하는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또 기성세대의 제조 경험을 전수해 줄 수 있는 기성·청년 허브 공간으로 IT-OT의 역할 분담에 의한 창업 또는 기술 지원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성 울산청년정책포럼 상임대표는 “과거에는 행사나 정책에 청년들이 맞춰야 했다면 이제는 청년들 기준에 맞춰야 한다”면서 “또 청년 활동가를 초대해 자주 토론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하며, 무엇보다 청년이 직접 참여해 ‘울산형 청년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울산시는 지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397억원을 들여 청년정책 관련 4개 분야 39개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올해(2020년)도 ‘청년 기(氣) 살리기’ 등 청년 지원 정책을 시정 최우선 과제에 두고 추진하기로 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울산 청년인구 추이 ※청년기준 만 15~34세(울산시 청년 기본 조례) 
구분 2012년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10월말 기준)
청년인구 33만5489명 33만6048명 33만2994명 32만8064명 31만7750명 30만3322명 29만383명 28만1417명
전체인구대비 비율 29.2% 29.0% 28.5% 27.9% 27.1% 26.0% 25.1%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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