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질성장률 제로도시, 저성장의 함정

▲ ‘산업수도’ 위상에 걸맞게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해왔던 울산이 장기 저성장의 늪에 깊숙이 빠졌다.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울산은 주력산업의 수출부진으로 인한 경기 악순환이 반복되며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울산신항과 석유화학단지 전경. 그래프는 최근 9년간 울산지역 수출액(단위 억달러) 추이다.

지역총생산 대비
수출 비중 100.5%
전국 1위로 압도적
1000억달러 돌파후
수출실적 내리막길
700억달러대 갇혀
1등 부자도시 옛말

주력산업 기반악화
저출산 고령화 여파
생산가능인구 감소
도시소멸 우려까지
올해 전망도 ‘우울’
조선업종 제외하고
車·석유화학 수출
부진할 것으로 예상

울산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깊숙이 빠졌다.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울산은 주력산업의 수출부진이 내수부진 → 기업 고용 감소 → 인구유출 → 부동산 시장 악화 → 내수기반 약화 등으로 악순환이 반복되며 성장엔진이 멈추었다. 울산경제는 최대 수출을 달성한 2011년 고성장을 달성한 이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실질성장률 0%대의 저성장의 함정에 빠졌다. 울산은 일본처럼 주력산업 기반 약화로 ‘잃어버린 8년’을 보냈다. 하지만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지 못해 탈출구를 찾지못하고 있다. 2020년대 새로운 10년의 시작인 경자년(庚子年)을 맞아 울산경제의 문제점과 탈출방안을 모색해본다.

 

◇‘저성장 도시’로 추락

울산은 1962년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이후, 조국 근대화와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등장하며 ‘산업수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자동차의 현대자동차와 조선업의 현대중공업, SK와 SOIL 등이 주도하는 정유·화학산업까지 울산은 중화학공업을 앞세워 반세기 동안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이 나라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견인했다. 국내 지자체 최초로 수출 1000억달러(2012년)를 달성한 곳도 바로 울산이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글로벌 산업이 IT(정보통신기술) 중심으로 재편되고, 중국의 추격 등이 거세지며 울산의 3대 주력산업(자동차, 정유·석유화학, 조선)의 성장력이 크게 감퇴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무엇보다 울산 경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이 흔들리면서 지역경제도 위기를 맞고 있다. 울산의 지역총생산(GRDP) 대비 수출의 비중은 2017년 현재 100.5%로 17개 시도(평균 37.5%)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지역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절대적이다. 수출의 부진은 곧 지역경제의 침체로 이어진다.

울산 수출은 2011년 1015억 달러로 지자체 사상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울산 수출은 △2012년 972억달러 △2013년 915억달러 △2014년 924억달러대를 유지하더니 △2015년 726억달러 △2016년 652억달러 △2017년 666억달러 △2018년 703억달러 △2019년 700억달러(추산)로 곤두박질쳤다. 울산수출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간 700억달러 안팎의 저성장 밴드에 갇힌 꼴이 됐다.

수출부진으로 울산의 성장세도 멈췄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8년 지역소득(잠정)’을 보면 지난해 울산경제는 수출이 가파르게 증가한 2011년 연 7.9%의 고성장을 기록한 이후 2012년부터 지난해(추정)까지 8년 연속 ‘제로성장의 함정’에 빠졌다.

생산·지출을 포괄한 지역내총생산액으로 산출한 울산의 실질성장률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연속 1% 이하의 0%대 저성장을 기록했고, 2017년에는 ‘마이너스 성장(-0.1%)’의 쇼크를 기록했다. 수출이 소폭증가에 그친 2018년에도 제로성장(0.0%)을 기록했고, 수출이 제자리걸음한 2019년에도 0%대의 저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2018년 제로성장에는 건설업과 전기·가스업의 총생산 부진의 영향이 컸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도 감소했다.

성장률 측면에선 일본이 잃어버린 20년(1991~2001년)동안 경제성장률이 평균 1.1%에 그치는 유례없는 장기 침체를 맞은 것보다 울산은 더 심한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모습이다. 1등 부자도시의 간판도 내렸다. 울산은 부동의 1위를 달리던 개인소득 1위 자리를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서울에 내줬다. 울산의 2018년 1인당 개인소득은 2167만원을 기록했다. 개인소득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소득으로 가계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저출산→인구감소 ‘도시소멸’ 위기

저출산 고령화 여파로 생산가능인구(15~64세)와 경제활동인구도 감소해 지역경제의 장기 성장잠재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특히 적극적으로 생산과 소비를 할 수 있는 울산지역 생산가능인구(15세 이상 인구)는 2016년 7월 정점(97만7000명)에 도달한 이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주력산업의 기반약화는 고용시장을 위협하며 지역인구의 지속적인 인구유출을 유발하고 있다.

학업과 취업 등 사유로 0~30세 청년층 중심의 인구가 타지역으로 빠져나가는 ‘탈울산’ 인구 행렬은 2015년 12월(-80명)부터 작년말까지 4년 넘게 지속됐다. 지역 제조업 취업자는 2015년 5월부터 지난해말(추정)까지 4년 반 이상 감소해 탈울산 행렬과 무관하지 않음을 방증하고 있다. 울산의 인구는 2015년(117만4000명)을 정점으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역 인구감소는 내수 위축, 부동산값 하락, 성장 잠재력 감퇴 등 울산의 장기성장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되고 있다. 저출산 기조에다 탈울산 행렬이 계속된다면 30년 뒤에는 울산의 인구 100만명선이 붕괴될 것이라는 통계청의 예측까지 나온 상태다. 장기적으로 경제위축, 일자리 감소, 저출산 고령화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교육, 경찰, 소방 등의 행정기능을 포함한 지역기능이 상실되는 도시소멸의 우려까지 직면한 울산이다.

◇2020년 울산경제 전망도 어둡다

울산이 산업수도 영광을 재현하려면 극적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2020년 울산경제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2020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울산의 주력산업 가운데 조선을 제외한 자동차, 석유화학 수출이 작년 뒷걸음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2020년 주요 산업별 경기전망’도 조선·기계·ICT 산업은 ‘소폭 회복’, 자동차·석유화학·철강·건설은 ‘부진’을 예상했다.

주력산업의 업황과 수출경쟁력은 곧 울산경제의 기상도나 다름없다.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감퇴에다 미·중 통상전쟁의 장기화, 내수시장 둔화와 고용환경 변화(최저임금·주52시간제) 등은 울산경제의 성장성에 지속적으로 괴롭힐 것으로 여겨진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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