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2018년 전 세계를 녹였던 기록적인 폭염 탓에 지난해 이맘때는 다가올 2019년 여름 폭염의 걱정이 앞섰다. 우려와는 달리 2019년 여름 더위는 일찍 시작되면서 한여름에는 덜 덥고, 오히려 뒷심을 발휘하며 가을까지 이어진 특징을 보였다. 평년 여름기온보다는 0.5℃ 정도 높은 경향이었지만, 폭염 발생 일수와 지속 일수 모두 역대급을 보였던 지난 2018년 여름의 41% 수준에 그쳤다. 대기 하층과 중증, 상층까지 불기둥으로 뒤덮였던 2018년 여름과 달리 지난해 여름은 북쪽의 찬 공기의 영향이 지배하며 덥고 습한 날씨를 가져다주는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이 늦고, 그 강도도 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풍의 기록은 역대급이었다. 여름철 힘을 쓰지 못한 북태평양고기압이 가을 동안 우리나라 부근에서 버티면서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만나 정체전선을 형성해 가을장맛비를 뿌렸는데, 비가 내린 빈도가 9월에만 3일에 한번 꼴이었다. 이런 기압배치는 막강한 가을태풍이 한반도를 향하게 하는 진로를 터주었다. 근대 기상업무를 시작한 1904년 이후 가장 많은 7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줬는데, 그 중에서도 6개가 9월에 몰리면서 9월 영향 태풍이 가장 많은 해로 기록되었다.

반면, 겨울이 시작된 뒤 이렇다 할 추위도, 눈다운 눈도 내리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주변 기온이 평년보다 높기 때문이다. 대기 하층 부근으로 강하게 발달한 따뜻한 성질의 이동성 고기압이 북쪽의 찬 공기가 내려오는 것을 저지하고 있고, 대기 상층 시베리아 북쪽으로 강한 바람이 위치하면서 북극의 매우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오는 것을 막고 있다.

2020년 경자년 흰 쥐 새해가 밝았다. 쥐는 번식 능력도 뛰어나지만, 엄청난 생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가 갈수록 지구의 온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유럽의 유례없는 폭염과 미국의 기록적인 폭설, 호주의 가뭄과 홍수 등 전 세계 곳곳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이미 뜨거워진 지구로 인해 변해버린 날씨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흰쥐의 적응과 생존능력을 바탕으로 변해버린 기후환경에 적응하며 지혜롭고 안전한 2020년 새해를 그려보자.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