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규 울산 동구의원

상상이다. 2020년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되고, 얼어붙었던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서 국가간 교역이 활발해진다. 이에 따라 선박 신규 수주가 증가하고 건조 단가도 오른다. 세계 경기가 회복하면서 수출입에 사용할 선박에 대한 추가 수요가 생겨난다. 선주가 원하는 선박을 좋은 품질에 만들 수 있는 맞춤형 기술을 가진 대한민국으로 전세계 선박 주문이 몰려든다. 울산 동구에 위치한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도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조선업이 다시 살아나면서 불황기 수만명이 줄어들었던 근로자의 수도 회복된다. 그럼에도 선박 납품기일을 맞추기가 부족해 근로자를 모집하는 소식이 수시로 들린다.

몇 년간 동구가 공들였던 관광산업도 빛을 보기 시작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대왕암공원, 슬도, 주전 몽돌해변 등 동구의 주요 관광지가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다. 이후 각종 여행 방송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동구의 관광자원에 대한 매력이 알려진다.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매일 수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연말이 되면 동구를 찾은 관광객이 10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조선업이 살아나고 관광 산업이 뜨면서 현대중공업 인근의 상점가뿐 아니라 해안가의 특색 있는 카페, 각종 신선한 해산물을 파는 횟집 등 외각 지역의 상권까지 살아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상상이다. 아니 바람이자 염원이다.

가능성이 없는 허무맹랑한 바람만은 아니다. 대한민국 조선업의 부흥은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 조선업황이 좋지 않았던 1970년대에 시작됐다. 1973년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가 완공된 것을 시작으로 1978년 대우중공업, 1979년 삼성중공업이 문을 열었다.

반면 세계 조선업계를 주도하던 일본은 조선업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을 사양산업으로 규정했다. 1976년과 1987년 두 차례에 걸쳐 강도 높은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설계·연구 인력을 모두 퇴출시켜 버렸다. 위기속에 기회를 잡은 대한민국은 조선업계 1위에 올랐고, 수십년째 그 위치를 지키고 있다.

조선업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지만 다시 호황기가 온다면 대한민국은 그 혜택을 누릴 준비가 되어 있다. 일본 정부와 달리 우리 정부는 조선업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의 ‘맞춤형 주문생산’이라는 산업 특성에 가장 부합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조선업은 선주마다 요구사항이 모두 다르다. 선주들이 작은 부분에서 설계를 바꿔달라고 하면 반영해줘야 한다. 우리 조선업은 이런 유연성을 무기로 일본을 제쳤고, 여전히 선주의 요구에 맞춰 품질까지 좋은 선박을 만드는 데 세계 최고다.

동구가 가진 천혜의 자연 환경만으로도 관광 활성화는 충분하다. 아직까지 그 진면목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대왕암공원은 94만2000㎡에 달하는 부지에 1만5000그루의 아름드리 해송과 붉은빛의 해송이 동해바다와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벚꽃, 동백, 개나리, 목련 등이 산책로에서 사람들을 반긴다. 여기에 대왕암에서 신라 문무왕의 호국룡 전설에 이어지는 이야기도 있다.

슬도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면 거문고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독특한 관광자원이다. 돌맛조개들이 남긴 구멍투성이 바위들에 안겨 곰보섬이 되었는데, 이 구멍으로 바닷물이 들고 나면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주전 몽돌해변도 파도가 칠 때마다 ‘차르르, 차르르’하는 조용하면서도 다정한 자장가 같은 소리를 낸다. 작은 몽돌이나 자갈이 파도에 쓸려서 굴러다니며 서로 부딪혀 내는 소리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울산 시민들이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으로 뽑히기도 한 곳이다. 절망은 절망을 낳고, 희망은 희망을 낳는다. 울산 동구는 지난 2019년 지역경기 침체 및 위기,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에 따른 우려 등 부정적인 말들이 지배했다. 2020년은 새해는 희망이 동구를 집어삼키는 한해가 되길 우리 모두 노력하자. 동구주민들 힘내시라. 김태규 울산 동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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