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숙 울산광역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

새로운 문물의 등장은 사람들을 즐겁고 편하게 하기도 하지만 혼란을 주기도 한다. 진화하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쿼터리즘, 쿼터리즘증후군, 스마트디톡스, 멀티태스킹 등 신조어들이 생겨났다. 스마트폰 기기에 익숙해진 세대는 꼼꼼히 사전을 뒤적이기보다 쉽고 빠르게 검색창을 띄운다. 스마트폰을 쥐고 태어나 어릴 때부터 유튜브를 끼고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와 넘쳐나는 볼거리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쿼터리즘’이 나타나고 있다.

쿼터리즘(Quarterism)이란 어떤 일에 15분 이상 집중하기 힘든 현상을 뜻하는 용어로, 4분의 1을 의미하는 쿼터(quarter)에서 나온 신조어이다. 주로 인터넷 사용이 일상화된 시대에 인내심을 잃어버린 청소년의 사고 또는 행동양식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됨으로써 쿼터리즘 현상이 하나의 정형화된 습관을 이루면서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보인다.

고속정보통신과 영상매체의 급격한 팽창은 진지하게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능력을 잃게 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쿼터, 즉 15분이란 시간이 무언가에 집중하기 위한 시간으로는 충분할까?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부분을 제외한다면 어떤 일에 15분 이상 집중을 힘들어 한다. 고작 15분도 집중 못하는 청소년이 스마트폰에서는 150분도 가뿐히 집중한다. 흥미로운 스마트폰과 지루한 책 사이에서 대부분 스마트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쿼터리즘이 인내심을 잃어버린 생각과 행동을 뜻하는 것이라면, 쿼터리즘증후군은 인터넷 페이지가 조금만 늦어져도 불안하고 짜증내는 증상을 말한다.

4분의 1로 조각난 인내심과 집중력을 높이려면 가정과 학교, 본인 스스로가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가져야 한다. 꽉 막힌 학교라는 공간 속에 갇혀 있는 아이들의 탈출 도구가 아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도구로 스마트폰이 사용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일상에 파고든 스마트폰과 인터넷 과의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 디톡스 같은 다양한 컨텐츠 개발이 절실하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의식적으로 오가는 ‘어른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의 스크린을 터치 하고, 시시때때로 문자와 이메일과 새로운 뉴스등 관심 분야를 체크한다. 심지어 업무 중 모니터 한 쪽에선 카카오 채팅을 하면서 두 서개 창을 띄워 놓고 검색과 업무를 멀티태스킹(multi tasking) 하기도 한다. 도무지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니 하던 일의 흐름이 끊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디지털 세상에 정신이 팔려 무언가에 15분 이상 집중 하는게 어렵다. 바쁜 일정에 한꺼번에 여러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이 시대의 흐름일수 있으나 많은 정보를 대충 훑어봄으로써 깊이 있는 생각을 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즉흥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판단하다 보면 대응력은 신속해질지 몰라도 인내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을 어려워하면서도 최대한 많은 지식들을 쌓으려고 하니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넓고 얕게 지식을 탐하는 현상이 잡학과 위키백과의 합성어인 ‘잡학피디아’라는 새로운 말을 생겨나게 했다. 다양한 정보를 얻으려고 하는 노력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너무 많은 정보 보다는 꼭 필요한 정보에 집중하자는 거다.

지금 삶에 재미가 없다면 내가 지금 내 삶에 집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혜민스님의 말씀은 쿼터족들이 새겨봐야 할 메시지이다. 최명숙 울산광역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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