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성공에 안주해선 미래는 없어
주력산업 고도화·우수중기 육성 등
생태계를 바꾸고 새 성장판 열어야

▲ 김창식 경제부장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울산공업센터 출범 58주년, 행정·재정적 자립을 이룬 울산광역시 승격 23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울산은 경제적으로는 3대 주력산업(자동차·정유석유화학·조선)을 기반으로 여전히 한국경제의 한 축(전국 비중 4%))을 담당하고 있고, 울산시의 지방 재정규모도 5조원(추경포함)을 넘어서 지방분권 기반도 갈수록 공고히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산업 기반약화로 인한 경제위기는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은 2020년대의 새로운 10년을 여는 경자년부터 또다른 새로운 도전과 시련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간 무역전쟁, 일본과의 무역갈등, 중국의 추격,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는 가운데 제조업 기반의 주력산업은 고도성장 정점을 지나면서 경쟁력이 약화돼 울산의 성장판이 닫혔기 때문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물론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도 무탈하게 넘긴 울산은 2010년대 들어 제조업 경제기반이 약화되면서 성장판이 사실상 닫혔다. 특히 지역경제의 핵심인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한 2011년을 고점으로 점차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산업기반이 급격히 약화됐다. 울산의 지역총생산액 가운데 대외 수출 의존 비중은 100%를 웃돈다. 수출부진은 곧 내수부진­기업 고용 감소­인구유출­성장력 감퇴로 이어지면서 울산은 지난해까지 8년 연속 0%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 속에서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8년’의 전철을 밟아온 울산이다.

돌이켜보면 현재 울산의 위기는 지난 과반세기 성공가도를 달려온데 대한 안주감과 자만심이 빚은 참극이나 다름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정보통신 산업이 꽃을 피우고, 인터넷·모바일 기반 기업들의 변화와 부상에도 지방정부와 기업들은 혁신과 변화를 꾀하지 못했다. 역대 울산시 지방정부는 산업혁신, 신성장 동력 확보를 핵심과제로 선정, 역점 추진해 왔지만, 지금까지 미래 산업, 지역 먹거리 산업으로 키워내지 못했다. 앞이 캄캄한 가운데서도 미래를 대비한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한게 울산의 위기로 이어진 셈이다.

새해에도 울산경제는 특별한 변화가 없는한 0%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후에도 울산경제는 무사할 수 있을까? 산업수도 울산은 이미 저출산 고령화·산업침체 등 여파로 경제활동인구·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생산과 소비·고용·투자 부진이 이어지며 성장잠재력이 감퇴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글로벌 산업지형도를 바꾸는 4차산업혁명의 속도에도 뒤처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미래세대에도 성장판이 닫힌 울산을 물려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 기반도시라는 태생적 한계를 조금이나마 벗겨내지 못한다면 울산의 재도약·재성장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주력 제조업에는 4차산업 기술을 접목해 산업의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기술력을 가진 우수 중소기업 육성 및 유치로 지역산업의 허리를 튼튼히 해야한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수소 규제자유특구 등 울산의 미래를 책임질 동력으로 새 성장판을 열어야 한다. 지자체와 기업지원기관들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고 비상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어야 한다. 김창식 경제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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