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10개 진료권역에서 울산을 독자적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무산됐다. 지역 의료계가 그토록 원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울산시민들의 숙원을 여지없이 깔아뭉개버렸다. 이로써 울산은 다른 병원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매번 상급종합병원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또 울산지역 의료계는 울산대병원의 상급종합병원 지정 여부에 따라 지역의료체계가 붕괴될 수도 있는 궁지에 내몰리게 됐다.

울산의 진료권역 분리 요구는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합당한 요구였다. 복지부도 진료권역 설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서울대 김윤 교수팀에 용역을 의뢰했다. 김교수팀은 생활권을 간과하고 행정구역 중심으로 진료권역을 분리한 것은 오류라는 점을 지적하며, 울산을 경남권에서 분리해 별도의 권역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분명하고 원칙에 맞는 것이었다. 울산지역 의료계도 이 점을 늘 강조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진료권역 재설정은 울산시민들을 소위 ‘멘붕’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국민건강과 국가균형 발전이라는 정부의 근본 취지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고, 오로지 지역 이기주의와 보건복지부의 책임회피만 남았다. 오는 제4기 평가에서도 울산대병원이 떨어질 경우 지역내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와 지역 환자의 역외 유출, 중증환자의 원정진료에 따른 불편, 경제적 손실 등을 어떻게 감당할지 보건복지부에 묻고 싶다. 상급종합병원은 원래 의료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11년 도입한 것이다. 국민건강과 국가균형 발전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는 보건복지부에 앞으로 무슨 기대를 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진료권역 재설정에 아무런 힘을 보태지 못한 울산시도 많은 잘못이 있다. 울산시는 식의약과장이 2차례 복지부를 방문했고, 복지여성건강국장이 영상회의에서 장관에게 건의한 게 전부다. 울산시가 관심이 없는데 다른 어떤 도시가 발벗고 나서겠는가. 울산은 울산대병원이 3기 평가에서 다른 지역 상급종합병원보다 높은 100점 이상의 점수를 받고도 ‘권역별 배분’이라는 불합리한 기준에 의해 탈락하면서 전국 광역시 중에서 유일하게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도시가 됐다. 만약 보건복지부가 이대로 4주기 평가를 진행한다면 현재로서는 울산시에 상급종합병원 유치가 어려울 수도 있다. 울산시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행보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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