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8명 중 1명 이상 혼밥…활동력 떨어지고, 불안·우울 위험 최대 44%↑
식사는 마음·인생 공유하는 자리…혼밥하더라도 가족에 전화하면 좋아

 “2020년 새해 첫날도 어김없이 혼밥했습니다”, “함께 식사할 가족이 없어 혼밥합니다”.

2020년 새해 첫날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자신의 ‘혼밥’ 사실을 알리는 글이 줄을 이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국민건강위원회가 2017년 내놓은 ‘우리 사회의 혼밥 현황’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세끼 혼밥률’은 9%였다. 당시 시점으로는 국민 10명 중 1명 정도가 혼밥을 했던 셈이다. 특히 1인 가구의 절반가량(52.3%)은 하루 세끼가 혼밥이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일본의 혼밥률은 11.0%로 우리보다 2%포인트 높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제 우리도 두 자릿수 혼밥률에 접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 추세 속에 ‘어쩔 수 없는 혼밥’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어렵지만, 이런 혼밥이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고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남가은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영양 교육과 행동’(Journal of Nutrition Education and Behavior)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하루 세끼를 혼밥하는 성인은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성인보다 정신적·신체적 건강 측면에서 모두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2014∼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세 이상 성인 1만3천920명을 대상으로 혼밥 여부와 건강 관련 삶의 질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건강 관련 삶의 질은 ▲ 이동성(Mobility) ▲ 자기 돌봄 ▲ 평상시 활동 ▲ 통증/불편 ▲ 불안/우울 5가지로 나눠 평가했다.

그 결과, 전체 조사 대상자 중 하루 세끼를 혼밥하는 비율은 13.0%였다. 조사 기법과 대상이 조금 다르지만, 2017년 조사 결과에 견줘 혼밥률이 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끼니를 가족, 동료 등과 함께 먹는 비율은 하루 1회가 19.8%(2천763명), 하루 2회 이상이 67.1%(9천343명)였다.

혼밥이 건강에 미치는 나쁜 영향은 뚜렷했다.

이동성의 경우 각종 변수(수입, 흡연, 음주, 체질량지수, 운동, 스트레스 등)를 보정한 상태에서 하루 세끼 모두를 혼밥하는 성인에게 문제가 생길 위험도를 1로 봤을 때 하루 1끼 또는 하루 2끼 이상을 누군가와 함께 먹는 성인은 그 위험이 각각 12%, 18% 낮았다.

자기 돌봄에 문제가 생길 위험은 같은 조건에서 하루 1끼는 13%, 하루 2끼 이상은 35% 낮게 평가됐다. 또 평상시 활동에 문제가 발생할 위험 역시 각각 33%, 44%의 차이를 보였다.

통증/불편이 발생할 위험은 하루 1끼가 2%, 하루 2끼 이상이 12% 낮았다. 불안/우울이 생길 위험은 혼밥하는 사람보다 하루 1끼가 28%, 하루 2끼 이상이 37% 각각 낮은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건강상의 문제가 65세 이상 노인뿐만 아니라 19~64세의 비교적 젊은 성인층에서도 폭넓게 관찰된 게 이번 연구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우을증만 보면 혼밥이 노인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성균관대 의대 가정의학과 연구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 노인 4천959명(남자 2천148명, 여자 2천811명)을 대상으로 가족과의 식사 빈도와 우울증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혼밥하는 노인의 우울증 위험이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노인보다 최대 30%가량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세브란스병원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은 국내 20세 이상 1만3천30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이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사람보다 비만할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혼자서 식사할 때 주로 먹는 인스턴트 부류의 음식이 가족과 함께 직접 만들어 먹는 음식보다 영양성분이 부족한 데다, 편식과 과식을 유발함으로써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가족 또는 주변 사람들과 유대 관계가 점차 단절되면서 고독감, 불안감, 우울감 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는 “가족과의 식사는 단순히 음식을 함께 하는 것을 넘어 정보, 마음, 인생을 공유하는 의미를 갖기 때문에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크다”면서 “가급적이면 혼자 밥을 먹기보다는 좋은 사람과 건강한 음식을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게 건강 증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또 “만약 혼자 식사를 하게 되더라도 가끔은 식사 전에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 친구에게 전화해 안부 인사를 나누는 것도 혼밥에 따른 불안과 우울을 떨쳐내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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