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기 상징 변화로 안팎 우려…“결국 콘텐츠”

종합편성채널 JTBC 전성기를 이끈 손석희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2일 앵커석에서 물러난 후 채널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을까.

최근 JTBC는 보도는 물론 드라마, 예능 등 여러 분야에서 다소 정체기를 맞은 상황이다. ‘정권과 성향이 같은 언론은 잘 안 팔린다’는 속설도 있지만, 올 한 해 JTBC는 유난히 부침이 많았다. 

손 사장의 프리랜서 기자 폭행 의혹과 사건 당시 동승자 논란부터 연말 방탄소년단과 소속사 간 갈등 관련 오보 후 사과까지 여러 크고 작은 사건이 방송사 신뢰도에도 영향을 끼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논란 국면에서 TV조선 등 보수 성향 다른 종편이 치고 올라온 것도 JTBC에는 부담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JTBC는 손 사장의 앵커석 하차를 선언했다. 2014년 앵커석에 앉은 지 6년 4개월 만이다. 손 사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신선한 진행능력을 보여주며 JTBC가 타 종편, 지상파와 차별하는 개혁적 색깔을 입는 데 가장 크게 공헌했다.

JTBC를 상징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손 사장의 앵커 하차는 내·외부의 우려를 부르고 있다. 물론 손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며 채널을 이끌겠지만, 과거와 달리 시청률 3~4%대로 떨어진 ‘뉴스룸’이 손 사장의 ‘얼굴’ 없이도 재도약을 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언론·미디어 전문가들도 손 사장 앵커 하차 이후 JTBC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내놓는 가운데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콘텐츠 경쟁력’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4일 통화에서 “손 앵커만이 JTBC에서 가진 상징성이 있는데, 그가 그만두면 ’뉴스룸‘은 당연히 이미지와 정체성에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며 “일반 지상파 뉴스에서 앵커가 바뀌는 것보다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봤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손석희의 ’뉴스룸‘은 JTBC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친 게 사실이고, 뉴스 프로그램이 방송사 전체 이미지를 확 끌어올린 건 특이한 사례”라며 “그가 빠진 후 JTBC는 기존 ’뉴스룸‘ 전략과 다른 전략을 내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전에는 ’뉴스룸‘을 앞에 세워두고 예능 프로그램 등의 상승효과를 봤다면 이제는 프로그램의 자체적인 힘을 키워야 한다”며 “방송 콘텐츠의 질을 향상해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이 손석희가 빠진 후 JTBC 논조가 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을 가질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뜨는 건 쉽지만, 거기서 두 번째로 도약하는 건 어렵다. 지상파도 그걸 못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JTBC도 이제 마찬가지”라며 “이제는 신선함으로만 밀어붙이기는 어렵고, 시청자가 무조건 호의를 갖고 채널을 봐주던 시대도 지났다. JTBC도 뉴스, 예능 등 수준을 자체적으로 높이는 정공법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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