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울산지역 정재계·시민사회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2020년 신년인사회를 가졌다. 울산상공회의소는 올해의 슬로건을 ‘울산경제, 미래로 앞서가자’라고 내세웠으나 안갯속인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어수선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울산의 재도약을 위해 신라의 화백정신과 원효의 원융회통 정신을 본받아 서로 화합하고 소통해 하나가 되자”는 송철호 울산시장의 인삿말도 청중의 가슴을 파고들기는 어려웠다. 서로를 불신하고 헐뜯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어떠한 경제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절실함을 담았겠으나 현실의 불안감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훨씬 웃돌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전영도 울산상의회장은 “수소그린모빌리티 규제특구와 친환경차 부품공장 유치 등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기반을 다졌다”면서 “보이지 않는 변화들이 쌓여 내실 있는 성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으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불안감을 감출 수는 없었다. 청와대의 하명수사의혹에 따른 검찰 수사망이 여전히 울산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다음날인 4일 울산시를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6일 송병기 부시장실을 압수색한 데 이어 울산시청에 대한 두번째 압수수색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정무특보와 미래신산업과·관광진흥과·교통기획과·총무과 등이 대상이었다. 검사와 수사관 10여명이 나와 9시간30분간에 걸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송철호 시장의 공약수립 과정과 취임 후 인사비리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송철호 시장의 공약 수립에 시청의 자료들이 불법으로 제공됐는지를 확인하고 취임 후 특보 임명과 공무원 인사과정에서 비리가 없었는지를 검토해 우선 송병기 부시장에 대한 영장청구를 다시 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울산시 공무원들이 동요 없이 시정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간신히 백척간두의 위기를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의 첫단추를 끼운 울산이다. 달랑 단추 하나 끼운 걸로는 미풍조차 버겁다. 울산시가 첫단추를 끼웠다고 보는 친환경차나 수소경제마저도 국내외 시장의 현실을 둘러보면 북풍한설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 안정을 통한 경제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사화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노사분규로 인한 노동손실 일수가 영국의 2배, 미국의 7배, 일본의 173배에 달한다. 하지만 “시장변화 이겨낼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하겠다”는 이상수 현대차 새 지부장의 말에 기대감을 갖는다. 양보 없는 협상은 없다. 울산시민 모두가 원하는 2020년 울산경제의 재도약은 오로지 노사화합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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