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과 불안증은 현대인의 정신질환
가슴으로 생각·판단하는 습관 길러
심장으로 사는 인간 ‘호모코르’ 되길

▲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걱정이 너무 많다, 문을 잠갔는데도 다시 확인한다, 원치 않는 생각이 반복되어 일에 지장을 준다, 이런 문제가 있다면 강박불안증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정신과 진단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도청하는 것 같다는 피해망상이 증가하던 시대가 있었고 야윈 몸매가 미의 기준이 되면서 거식증이 증가해왔다. 지난해에는 강박증세로 내원한 분들이 많았다. 당신은 생각이 너무 많군요, 라는 말에 그렇지 않아요, 라는 이들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여러 곳에서 집착과 강박의 현상이 늘어난 것 같다. 이런 시대에서는 생각을 내려놓아라, 마음을 비워라, 멈추면 보인다, 등의 마음 힐링을 권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바쁘고, 정확하게, 틈새 없이 돌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슬로우 푸드, 슬로우 라이프가 더 와 닿는 것인지 모른다. 그런 책을 읽고 그렇게 먹으며 여유를 노력한다 해도 생각을 멈추기 힘들고 속도를 늦추기 어렵다.

호모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는 두뇌가 진화하여 도구를 사용하고 과학이 발달한 덕분에 다른 유인원을 궤멸시켰고 수많은 생물 종을 없애고 지배하며 지구의 최종 포식자, 호모데우스(神이 된 인간)가 되었다. 그렇지만 마음의 평화는 이러한 발달과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생각한다는 것은 이성적인 인간인 동시에 생각에 눌리고 갇힌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사고(思考)는 양날의 칼이다. 지나친 생각은 마음의 병에 이르게 한다.

‘미시즈 강박증’ 그녀가 진료실에 들어오면 책상의 내 명함 중 삐죽 튀어나와 있는 것을 반듯하게 정리하고 물건들이 제 자리에 있는지 살펴본 후 상담하자는 듯 자리에 앉았다. 강박증이 심해서 7살과 5살 두 아이가 청결과 정리정돈이 안되면 심하게 야단치는 엄마였다. 걱정과 염려로 항상 머리가 과부하 상태였다. 이러던 그녀가 치료로 달라지며 여러 변화가 왔다. 마음의 위치가 뇌에서 심장으로 바뀐 것이 그 중 하나이다. 걱정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유연한 모습으로 달라졌다.

심장은 두뇌와 별개로 작동하는 신경체계가 있다. 심장과 감정이 안정되면 이 정보가 뇌로 가서 두뇌의 면역, 호르몬, 신경체계의 조화를 돕는다. 회복탄력성 이론에서는 이 상태를 ‘심장이 정합하다’라고 일컫는다. 스트레스에 유연해지고 생각과 감정을 잘 조절하게 된다.

심장을 안정적으로 박동시키는 최고의 방법은 깊은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제 그녀는 가슴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습관에 익숙해졌다. 강박적 생각의 연기가 밀려오면 복식호흡을 하며 심장이 나쁜 감정으로 날뛰지 않도록 애쓴다. 곤두선 두뇌보다 가슴으로 균형 잡힌 생각과 판단을 하게 되었다. 엄마가 달라진 모습에 아이들이 아주 기뻐한다. 그녀의 평화롭고 관대한 모습에 나도 흐뭇해진다.

멈추지 않는 집착과 그칠 수 없는 확인 행동을 하는 이 강박 불안증은 현대인의 대표적 정신질환이 되었다. 잘해야 해, 실수하면 안 돼, 라는 환경 속에서 행복도 비교를 하며 아등바등 살아온 우리는 강박적인 마음이 있을 것이다.

이제 새해가 시작되었다. 많은 계획과 다짐으로 뇌를 꽉 채우고 어깨에 힘을 주는 것은 인제 그만하시길 바란다. 스트레스라고 여겨지면 우리 몸은 자율신경계가 교란되고 심장의 부정합 상태가 된다. 두통이 오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우선 벌렁거리는 심장을 깊은 호흡을 하며 진정시키자. 가슴으로 생각하고 직관하며 판단하는 습관을 만들어보자. 깊은 고마움이 주는 두근거림을 느껴보자. 무엇을 이루는 것보다 느끼며 설레 보자. 기쁨은 달려오고 행복은 스며든다고 하였다. 가슴은 뇌보다 스며들기에 딱 좋다.

호모사피엔스, 호모서치엔스(검색하는 인간), 호모비아토르(여행하는 인간), 호모루덴스(유희하는 인간)는 우리를 설명하는 말이다. 심장으로 사는 인간으로 2020을 살아보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아 ‘호모코르(cor=심장)’란 신조어를 만들어본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코러스(합창)하는 사회는 조화로울 것 같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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