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미 울주군수 정책비서

‘한국은 저출산으로 인해 사라지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다.’ 지난 2006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데이빗 콜먼 교수는 그의 논문인 ‘코리아 신드롬(korean syndrome)’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국내 연구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한국은 2750년에 인구감소로 사라진다고 한다. 저출산으로 인해 나라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지만, 먼 훗날의 남의 나라 이야기다. 당장 산적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도 벅차서 정작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농촌지역 지방자치단체다. 2040년 전국 지자체 30% 정도가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며, 소멸 위험지역이 50%에 육박하는데 앞으로 10년도 걸리지 않는다.

소멸 위험 1위인 고흥군은 2040년 인구가 ‘0’, 보은군은 2051년 인구가 ‘0’, 해남군은 2059년 인구가 ‘0’, 하동군은 2072년 인구가 ‘0’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가 ‘0’이라는 것은 지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정부는 2003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하 균특법)을 제정하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이하 균형위)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이하 균특회계)를 설치하는 등 지방분권에 정성을 쏟았다. 이는 ‘재주는 지방이 부리고, 돈은 중앙이 먹는’ 국가주도성장이 미래 국가 운영에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멀지 않을 것으로 예견되는 지방도시 공멸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자치(自治)’와 ‘분권(分權)’을 꼽는다.

우리는 서유럽에 비해 자치분권의 역사가 짧아 가야할 길이 멀다.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라고 했듯이 ‘자치’와 ‘분권’도 방향이 중요하다.

먼저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대폭 이양해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 경쟁력이 곧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재정 위기, 지역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소멸,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심각한 복지비용 지출은 결국 재정건전성 악화를 불러오고 이는 곧 국가적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중앙정부도 인지한다고 본다. 중앙정부의 권한이 대폭 지방정부로 이양되는 새로운 관계 설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앙과 지방의 격차는 더 심화되는 것은 물론 지역공동체 붕괴 역시 시간 문제다.

IT 기술 발전으로 중앙행정기구와 지방자치기구의 운영 효율성이 마련된 지금이야 말로 자치분권의 적기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향한 주민 의식 향상 역시 중요한 밑거름이다.

기존에는 지역 기득권 중심의 주민 없는 주민참여 방식이었다면 역설적이게도 대표성이 없는 일반 온라인 주민참여의 강화 역시 분권화를 촉진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과 주민자치권을 확대시키고 이를 위해 지방분권형 개헌안을 검토 중에 있다. ‘대한민국은 자치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이 개헌에 수록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지방정부, 시민사회 거버넌스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중앙과 지방의 수직적 구조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해주는 법제화 역시 필요하다.

과거는 소수 혁신가가 사회구조와 규범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시민이 지역의 방관자가 아닌 촉진자로 스스로 혁신하고 지역 현안의 특성과 문제 해결방안을 찾고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고 있다.

지방자치와 분권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삶을 담는 그릇을 새롭게 만드는 일이다. 주민들 스스로 자기 지역의 권력구조를 결정하고, 지역 현안의 다양한 요구들을 수렴할 수 있는 자치분권 형태가 민주주의의 나침반이자 행복한 길임을 잊지 말자. 김경미 울주군수 정책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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