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후 실용음학과에 편입
수학으로 푼 화성학 책 발간

▲ 윤범상(사진) 명예교수

울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에서 37년간 학생을 가르쳐온 윤범상 명예교수가 퇴임 후 음악공부를 시작했다. 지역의 젊은 음악인들과 교류하며 피아노 치고 노래 부르는 데 재미를 들이는가했더니 서울디지털대학교 실용음악과로 편입학했고 어느새 2월 졸업이다. “전공과 전혀 다른 음악을 통해 여생을 나름 즐겁게 보내고 싶었다”던 그가 난데없이 책을 펴냈다. 퇴임한지 3년이 채 안됐다.
책 제목은 <음악화음의 기하학>이다. ‘그림으로 보는 화성학’이라는 부제도 붙어있다. 유체역학을 전공한 공학자인 그는 음악공부를 하자마자 음악화성을 더욱 쉽게 설명하는 통일성과 일반성을 가진 논리의 개발은 불가능한가라는 호기심이 들었고, 곧 화성학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수학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설명하는 일에 착수했다.
“아름다운 음악에서 사용하는 화음과 화음의 진행은 그림으로 나타내도 반드시 아름다울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우선 화음을 그릴 수 있는 그림판을 설계했죠. 6개월이 걸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유명 곡의 화음진행은 그림으로도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런 모습으로 나타났어요. 이 개념을 확장하여 책을 쓰기로 결심했고, 꼬박 2년 걸렸습니다.”
 

 

화성학의 새로운 이론서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6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과 2장은 화성학의 기초와 선행연구의 소개이고 3장부터 본격적으로 그의 이론이 등장한다. 3장에서는 ‘윤톤네츠(Yoon Tonnetz)’라 이름 붙인 그가 고안한 그림판에 대해 설명하고 그 그림판 위에서 화음의 기하학적 특성 및 온음계의 하모니 프레임(Diatonic Harmony Frame)을 구성한다. 4장에서는 친숙한 아이오니아(Ionian) 장음계 뿐 아니라 다른 여러 주요 음계에 대해서도 하모니 프레임을 그리고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일관성을 확인한다. 5장에서는 화음진행 규칙들을 기하학으로 표현하고, 6장에서는 기존 곡들의 화음진행에 대해 이를 적용해보고 나아가 먼저 도형을 그리고 이에 해당하는 화음진행의 창조도 시도한다.
“통상 음악인으로서의 최종목표는 작곡입니다. 오선지에 음표를 그린다든지, 요즘 많이 사용하는 MIDI(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를 활용하는 대신 그림판에 그림을 그리면,  그 자체가 자연스레 화음진행을 만드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음악을 눈으로 보자’는 근래 학자들의 다양한 시도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 교수는 “대중성은 없는 책이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면서 “직접 영어와 일어로 번역, 출간하겠다”고 밝혔다. Yoon Tonnetz가 음악이론 연구가들 사이에서 많이 인용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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