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영 울산대 교수·색채학

2020년 경자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올 해는 1월에 음력 설날이 들어 있어서, 새해인사로 가득한 한달이 될 것 같다. 새해 아침이면 많은 사람들이 해맞이를 나선다. 먼 바다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바닷가의 해돋이나, 먼 산등성이를 붉게 물들이며 시작되는 산 정상에서의 해돋이, 모두 나름의 감동과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태양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어두움, 흑색으로 가득했던 세상이 점점 붉은 빛, 붉은색으로 채워져 나가는 감동을 목격하게 된다. 이렇게 새로운 한해는 하늘가득 채워진 붉은 색으로 시작된다. 붉은색은 힘찬 에너지를 나타낸다. 색이 가지는 고유한 감성은 우리의 삶에 많은 의미를 제공한다.

민족 고유의 설날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색은 색동저고리를 채우고 있는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 색인 오방색이다. 색동저고리 소매의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색은 생기와 풍요함을 소망하는 우리의 바람을 담고 있다. 색동저고리 색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전통색인 오방색을 사용하여 새로운 한해의 액땜과 복을 기원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이것은 현대의 과학적 색채계가 아닌 고대의 철학과 우주관에 바탕을 둔 우리민족 고유의 색인식을 나타낸다.

오방색은 동양사상의 기초를 이루는 음양오행설에서 풀어낸 다섯 가지 섞음이 없는 순수한 빛의 색으로 오행에 따른 사방에 중앙을 더한 오방을 말하며, 오정색이라 불렀으며 오색, 오채라 하였다. 오방색은 청·백·적·흑·황의 다섯가지 기본색을 말하며, 그것의 각 기운과 연결된 청은 동, 백은 서, 적은 남, 흑은 북, 황은 중앙으로 오방이 주된 골력을 이루는 양의 기운의 색이다. 이는 우주만물을 형성하는 원기인 화·수·목·금·토의 오행에서 상생과 상극의 관계를 가지고 사물간의 상호관계 및 생성과 변화를 해석하기 위한 수단으로 응용된 관념이다.

오방색은 우리의 의식주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음양의 원리가 담겨져 있다. 이는 자연과 인간과의 상생을 통해 무병장수와 복을 염원하고 더불어 나쁜 기운을 몰아내려는 의식의 한가지 방편이다. 이렇게 색은 우리의 삶에 깊게 연관되어 있다. 색에 대한 관심은 우리의 삶을 더욱 깊이 있고 매력 있게 할 것이다. 신선영 울산대 교수·색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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