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끝) ‘나눔’도 문화다

 

울산발전연구원 울산학연구센터가 2019년 지난 한 해의 연구성과물을 7일 내놓았다. 교양서, 자체과제, 연구논총이라는 타이틀로 총 3권에 5건의 울산학 과제 결과물을 담았다. 앞으로 5회에 걸쳐 각 연구과제물을 소개한다.

‘장도, 붓, 벼루 무형문화재 구술사’
장추남·김종춘·유길훈 장인과 대담
울산대 노경희 교수, 글로 풀어내
장인들 기술연마 외길인생 등 담아

교양서 <울산의 쟁이들>은 울산시 무형문화재 전승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장도장 장추남, 모필장 김종춘, 벼루장 유길훈 3인의 ‘쟁이들’을 인터뷰 해 그들의 삶과 기예를 기록한 것이다. 책 부제는 ‘장도, 붓, 벼루 무형문화재 구술생애사’이다.

구술생애사가 개인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들의 삶을 통해 바라본 이야기들은 곧 울산의 근현대 역사이기도 하다. 울산대 국어국문학과 노경희 교수가 무형문화재들과 대담하고 글을 썼으며 같은 학과 마소연 객원교수가 녹음과 채록작업에 참여했다.

장추남 장도장과 필진과의 첫 만남은 작업장에서 이뤄졌다. 제1부 ‘울산 병영 장도의 맥을 잇다’ 제하의 구술내용은 어린시절, 장인의 하루, 오동상감기법 등으로 이어진다.

▲ 장도장 장추남, 모필장 김종춘, 벼루장 유길훈(왼쪽부터)

‘90세를 맞는 장인의 망치질은 균일한 리듬에 맞춰 가벼우면서도 정확하게 목표물을 내리치고 있었다. 일체의 군더더기 하나 없다. 수십년 간 하루도 빠짐없이 수천, 수만 번, 아니 그 숫자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내리친 망치질에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더도 덜도 딱 필요한 만큼의 움직임이 담겨있었다.’ 이 편에서는 그의 전수자 장경천과 고(故) 무형화재 임원중 장인의 전수조교 임동훈의 구술도 함께 실었다.

제2부 ‘최고의 털을 찾아 최고의 붓을 만들다’는 모필장 김종춘 장인의 이야기다. 붓 만드는 법을 배우다, 세상은 넓고 만들 붓은 많다, 군대와 월남전 참전, 문방사우 전시관을 꿈꾸다로 구성된다. 총 6차에 걸친 인터뷰는 장인의 공방인 울산시 중구 성남동 죽림산방에서 이뤄졌다.

‘17살에 처음 붓을 만들기 시작한 이후 60여 년간 오직 붓 만들기 외길 인생을 걸어온 장인…. 붓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재료인 동물의 털, 노루·염소·말의 털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으로 뒤지다 그도 모자라 중국과 몽골까지 헤매고…. 그의 일생은 오로지 붓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며’ 살아 온 인생이었다. 장인이란 결국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고 그건 곧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누구보다 그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왔다.’

마지막 제3부 ‘암각화 바위에서 꿈의 벼룻돌을 찾다’는 뒤늦게 울산에 터를 잡은 벼루장 유길훈 장인의 분량이다. 드디어 벼룻돌을 찾아내다, 결혼이야기, 언양의 벼루, 최고의 벼룻돌 언양록석, 어제의 벼루를 내일에 전하다 등으로 이어진다.

‘유 장인의 벼루 인생은 충북 진천의 상산자석에서 시작됐다. 유 장인은 그 곳에서 제1대 제작자인 김인수 장인을 스승으로 모시고 그 후계자로서 오랜 기간 벼루를 만들어왔다. 그러던 그가 울주군 언양의 반구대암각화 근처로 온 것은 오로지 최고의 벼룻돌, 저 유명한 중국의 단계연에 견줄 수 있다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는 벼룻돌을 찾기 위해서였다.’

노경희 교수는 “교양서라는 측면에서 처음 접하는 사람도 흥미를 갖고 최대한 읽기 쉽게 하는데 주의를 기울였다. 우리가 몰랐던 울산에는 오랜 기간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외길 인생을 바쳐 온 이들이 적지않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삶이 고단해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썼다. 세상은 그들을 ‘쟁이’라고 부르고, 이 책이 그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길 빈다”고 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