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송로 봉쇄 땐 유가 폭등

정유·화학업계 수익성 악화 시름

교전상황 발발 여부만 예의 주시

미국과 이란 간 전운이 짙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강한 오름세를 보여 산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정제마진 악화와 제품가격 하락 등 겹악재를 호소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감이 커지면서 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4%(0.22달러) 상승한 63.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장 초반 2%가량 급등세를 보이다가 보합권으로 상승폭을 줄였다. 앞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장중 한때 64.72달러까지 오르며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는 오후 3시30분 현재 0.06%(0.04달러) 상승한 68.6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안전자산인 국제 금값은 9거래일 연속 올랐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1.1%(16.40달러) 오른 1568.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장중 1590.9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지난 2013년 4월2일(1604.30달러) 이후로 6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산업계는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교전상황 발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등 중동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길목으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200달러까지 초급등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올 정도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수입 원유 비중은 사우디아라비아가 28.2%로 가장 많고, 쿠웨이트 14.1%, 미국 12.7%, 이라크 10.9%, 아랍에미리트(UAE) 7.8% 순이다. 이란산 원유는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조치 이후인 지난해 4월부터 수입하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의 급격한 오름세는 당장 정유·화학업계에 수익성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10% 오르면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은 7~8% 오르지만 최종 제품 가격은 4% 상승하는 데 그친다. 특히 12월 정유사 정제마진(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것)은 마이너스 0.1달러로 18년 만에 처음으로 월간 단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원유를 정제해서 나오는 나프타(납사)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 업계도 세계 경기 침체로 수요가 감소, 업황이 불황인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가까지 오르는 겹악재를 맞이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이후 정유사들이 수입처 다변화에 주력해 왔기 때문에 당장 수급이나 손익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며 “중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뿐이다”고 밝혔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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