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칸영화제부터 통역 맡아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 바탕
봉준호 특유의 말맛 살려내

▲ 지난 5일 열린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이 통역을 맡은 최성재씨. AP=연합뉴스

“자막, 그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지난 5일(현지시간) 골든글로브 수상 직후 했던 소감이 연일 화제가 되는 가운데 이를 통역한 최성재(샤론 최) 씨에게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칸영화제부터 봉 감독과 호흡을 맞춘 최씨는 봉 감독 특유의 말맛을 살려 통역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꼼꼼한 봉 감독이 “언어의 아바타”라고 칭송했을 정도다.

영화계에 따르면 20대 중반인 최씨는 전문통역사가 아니라 한국 국적으로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영화를 촬영하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봉 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살려 통역한다는 평을 듣는다.

최씨의 통역 실력은 지난달 10일 방송된 미국 NBC TV 간판 진행자 지미 팰런의 ‘더 투나이트 쇼’에서도 빛을 발했다. 지미 팰런이 줄거리 소개를 부탁하자 봉 감독은 “이 자리에서 되도록 말을 안 하고 싶다. 스토리를 모르고 가야 더 재미있을 것 아니냐”고 답했다. 최씨는 세심한 어휘 선택과 남다른 언어 세공술로 이를 맛깔나게 전달해 주목받았다.

외신들도 최씨를 주목한다. ‘더 할리우드 리포터’는 골든글로브 수상 후 봉 감독 등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례적으로 최씨에게도 마이크를 들이댔다.

진행자가 “당신도 스타가 됐다”며 소감을 묻자 최씨는 당황스러워했고, 이에 봉 감독이 나서 “그는 큰 팬덤을 가졌다. 우리는 언제나 그에게 의지하고 있고, 훌륭한 감독이기도 하다”며 치켜세웠다. 그러자 진행자는 “내년에는 영화감독으로서 이 자리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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