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인사명단 안주고
검찰은 인사의견 요청 거부
윤총장 의견 반영여부도 의문

▲ 검찰 인사를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예방을 마친 뒤 과천 법무부 건물을 빠져나오는 윤석열(왼쪽) 총장과 8일 과천 법무부 청사에 출근하는 추미애(오른쪽) 장관. 연합뉴스

법무부와 검찰이 조만간 단행될 검사장급 고위 간부 인사를 놓고 충돌했다. 인사 절차를 두고 신경전에 책임 공방까지 벌이는 양상이다.

법무부는 검사장급 승진·전보 인사를 내기 위해 8일 오전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법률에 규정된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대검찰청은 인사 명단조차 보지 못한 상태에서 의견을 낼 수 없다고 맞섰다.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추미애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인사안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며 법무부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호출했다. 통보된 시각은 한 시간 전이었다. 법무부 청사에서는 오전 11시 인사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검찰인사위원회가 예정돼 있었다. 법무부는 비슷한 시각 ‘오늘 오후 4시까지 인사에 대한 의견을 달라’는 내용의 업무연락도 대검에 보냈다.

대검은 이같은 법무부의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 인사 명단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의견을 내는 게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대검은 당초 이날 오전 진재선 법무부 검찰과장을 통해 인사 명단을 전달받기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인사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은 전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상견례 직후 시작됐다. 이날 언론을 통해 반박을 주고받으며 진실공방으로까지 확대됐다.

대검은 전날 윤 총장이 법무부에서 복귀한 뒤 추 장관으로부터 직접 검찰 인사안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이 전화를 걸어와 “법무부에는 아직 인사안이 없으니 총장이 검사장 인사안을 먼저 만들어서 9일 오전까지 보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검은 이를 거부했다. 법무부 검찰국이 만든 인사안을 토대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만나 의견을 듣고 협의한 다음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방식이 법령과 절차에 맞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대검은 “법무부가 인사의 시기·범위·대상·구도 등 인사 방향에 대해서도 전혀 그 내용을 알려오지 않아 인사안을 먼저 만드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후 전날 오후 7시30분께 법무부가 다시 연락해 “내일(8일) 오전까지 검찰과장을 통해 인사안을 전달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먼저 인사안을 내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으며 실무자를 통해 인사안을 전달하는 절차도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인사안은 보안을 필요로 하는 자료이고 △직접 대면해 의견을 제출하겠다는 게 대검의 요청이었으며 △인사대상일 수 있는 간부가 인사안을 지참하고 대검을 방문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검찰은 법무부가 의견청취 절차를 형식적으로 갖춰 문제 소지를 줄이되 윤 총장 의견을 실제 인사에 반영할 의사는 없다고 의심한다.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돼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실질적으로 검찰총장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희박한 이번 인사를 두고 “‘윤석열 패싱’ 위법 인사”라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의견청취 절차를 밟지 않으면 불법한 인사”라고 말했다. 대검은 법무부가 윤 총장의 의견청취 절차를 생략한 채 인사발령을 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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