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업기술박물관은 ‘우리나라가 전후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가진 국가로 성장한 과정을 담고, 앞으로 인류의 산업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를 제안하는 세계적 수준의 전시관이자 교육관’이다. 전국 어디에나 있고, 또 있을 수 있는 미래과학관이나 과학교육체험관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한국을 배우려는 전 세계의 개발도상국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을 때 비로소 설립목적이 달성되는 시설이어야 한다. 그래서 규모도 세계적이어야 하고 운영도 국가가 맡아야만 한다. 설립장소가 울산이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박물관에서 과거와 미래를 보고, 전국 최대의 국가공단에서 그 역사와 오늘날을 오감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은 애초에 국가가 서울 용산(20만㎡)에 건립하려던 시설이다. 사업비가 무려 1조2000억원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산업박물관을 세운다면 그 장소는 당연히 서울이 아니라 울산이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울산에 세우기로 한 것이다. 서울이 아닌 울산에 세우면 방문객이 줄어든다며 규모를 10분의 1로 줄여 사업비가 1865억원이 됐고 그마저도 예타니 뭐니 해서 사실상 무산시킨 정부의 결정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전시자료 확보는 점점 어려워질텐데 안타깝기가 이를데 없다.
그렇다고 울산시가 성격도 목적도 전혀 다른 산업기술복합문화공간이라는 것으로 산업기술박물관을 대체하려는 것도 난센스다. 애초 계획한대로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 아니라면 아예 안 하는게 낫다. 적자운영이 뻔한 고만고만한 시설들을 지어서 공연히 예산난에 시달릴 이유는 없는 것이다. 기재부가 산업기술복합문화공간을 예타의 검증대에도 못 올리게 한 이유는 들여다보면 백번 타당하다. “기존 직업체험관, 기업홍보관, 박물관 등에서 유사시설이 운영 중이므로 건립의 시급성이 없고 전시물 수집방안 등 복합문화공간 운영계획의 구체성이 없다”는 지적을 우리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애초에 대체시설이 될 수 없는 콘텐츠를 갖고 마치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을 새로 추진하는 양하는 것도 모순이다. ‘꿩 대신 닭’이라지만 결코 닭이 꿩이 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