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선거개입 의혹에 울산 부패도시 전락
송 시장 “눈 좀 그치면 말하겠다” 일관
사고 예방하려면 눈 얼기전에 비질해야

▲ 신형욱 사회부장

1962년 1월27일. 정부가 울산공업센터를 지정·공포한 날이다. 이후 울산은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산업수도가 됐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으로 피폐할 대로 피폐했던 대한민국 동남부의 한 작은 어촌마을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꼭 들어맞게 성공신화를 남긴 출발점이었다. 사방팔방 전국 팔도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울산으로 왔고, 그들의 2세는 울산에 뿌리를 내렸다. 이후에도 광역시 승격, KTX울산역과 울산과학기술원 유치 등 타 도시가 시샘하는 발전사를 이어갔다.

부작용도 있었다.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은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 노사분규도 극심했다. 돌과 화염병, 최루탄이 연일 허공을 메웠다. 환경오염과 노사분규, 두 단어는 울산 상징어가 됐다. 울산은 돈은 벌지만 사람 살 곳은 아니라는 인식이 고착화됐다. 이랬던 울산이 또 한번의 상전벽해, 기적을 일궈냈다. 시커먼 폐수로 체워졌던 태화강이 시민들과 행정의 지난한 노력 끝에 생태하천으로 바뀌었고, 지난해에는 태화강 일원이 대한민국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명실상부 산업도시와 생태도시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도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울산’은 ‘울상’이라는 말을 듣는 도시가 돼가고 있다. 주력산업의 성장정체로 인해 경제가 침체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가능성이 많은 도시로 인정받던 울산이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7년 지방선거가 출발점이었다. 경찰의 울산시장 주변 적폐수사는 ‘부패도시 울산’ 이미지를 만들었다. 검찰의 ‘청와대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수사는 여태 겪어보지 못한 오욕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대한민국 부(富)의 역사를 창출해 냈다고 자부해왔던 울산시민들에게 충격 그 자체다. 연일 관련 보도가 프라임 뉴스를 장식하며 울산에서 전국구 스타(?)들이 잇따라 배출되고 있다. 수차례 압수수색 등으로 시정은 만신창이가 됐다. 시 공무원들도 줄줄이 소환되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시청 직원들 상당수가 전과자로 전락할 수 있는 분위기다. 검찰의 빗자루 쓸기식 수사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전해지는 내용엔 ‘설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시정은 너무 한가해 보인다. 별 것 아닌데 검찰이 괜스레 호들갑을 떤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다. 송철호 시장은 “펑펑 내리는 눈이 좀체 그칠 기미가 안 보이는데 눈이 좀 그친다면 눈을 치우는 심정으로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한다. 마치 남의 일 얘기하듯이 하고 있다. 시민들이 괜한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 같다. 지난 연말 간부급 인사를 두고 시정에 대한 시장과 그 주변의 안일함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많다. 시청 내부의 민심 이반도 만만찮다. 만성화되고 있는 최하위 수준의 시정 지지도에도 코드 인사는 철통이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데 책임의 여지만 키운다. 이런 와중에도 성과를 자랑하는 기자회견을 수시로 열고는 있으나 정작 시민들의 궁금증은 해소해주지 못한다.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소통의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알지 못함이다. 어떤 참모들이 시장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지 다시금 질문하게 만든다.

근대화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울산이다. 어렵사리 일궈낸 살만한 도시, 울산의 이미지 추락이 안타깝다. 송시장의 말대로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면 얼어붙어 치울 수 없는 지경이 되기 전에 비질을 시작해야 한다. 눈길에는 사고가 많다. 아무 잘못도 없는 시민들이 희생을 당할 수도 있다. 시민들을 위해, 눈이 얼기 전에 제때 눈을 치우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계속 눈이 내리더라도 비질을 해야 할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경자년(庚子年), 누구나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새해다.

신형욱 사회부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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