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서울시향 연주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올해도 어김없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지구의 2020년 새해를 여는 신년음악회가 오스트리아 비엔나 무지크페라인홀에서 열렸다. 빈필 신년음악회는 80여 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세계의 음악계는 마치 빈필의 신년음악회가 없으면 새해가 시작되지 않은 것처럼 매년 1월1일 이 음악회와 더불어 새해 첫날을 시작한다.

빈필의 신년음악회는 1939년 12월31일 클레멘스 크라우스(Clemens Heinrich Krauss 1893~1954)의 지휘로 요한 스트라우스 2세 특집으로 꾸며진 ‘마티네 콘서트(Matinee Concert 오전음악회)’에서 유래했다. 2차대전으로 낙담과 절망에 빠져있던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음악회였다. 1년 뒤인 1940년 12월31일에도 요한 스트라우스 2세와 그의 동생 요제프 스트라우스의 작품들로 빈필의 신년음악회가 이어졌다.

올해 80회에 이른 신년음악회는 보스턴 교향악단의 안드리스 넬슨스가 지휘를 맡았다. 그는 라이프찌히 게반트하우스 관현악단의 카펠마이스터를 맡고 있기도 하다. 라트비아의 음악가 집안에서 자라나 라트비아 국립오페라관현악단에서 트럼펫 연주자로 음악활동을 시작하였고, 지휘를 배운 뒤 버밍엄교향악단과 라트비아국립오페라 음악감독으로 발탁되어 지휘자로서의 능력을 한껏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 때도 신년음악회가 있었다. 세종대왕은 1433년 1월1일(세종 15년) 처음으로 아악을 사용하는 회례연을 베풀었다. 왕비였던 소헌왕후도 내전에서 회례연을 베푼 것으로 기록돼 있다. 왕비에게 신년하례를 드리는 것을 ‘중궁정지명부조하의(中宮正至命婦朝賀儀)’라고 하고 내·외명부들을 위해 베푸는 연회를 ‘중궁정지회명부의(中宮正至會命婦儀)’라고 했다. 중궁은 왕비를 말하며 이 연회에서 내·외명부들은 술을 올리며 왕비의 건강과 장수를 축원했다. 궁중연회는 참여자에 따라 외연과 내연으로 나뉘었으며 외연은 왕이 주관하고 참여자는 남자뿐이었으며, 내연은 왕비가 주관하고 참여자가 모두 여자였다.

이렇게 세계 최초로 신년음악회를 시작한 우리나라의 전통을 지속발전시켜 빈필 신년음악회처럼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으면 한다. 구천 서울시향 연주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추천음악= Ravel-Bolero, 정명훈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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