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혁 울산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장

경자년 새해도 울산의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 변화가 밀려오면서 생산성 향상, 일시적 구조조정 등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울산경제가 앞이 보이지 않는 길고 어두운 터널에 갇혔다는 한탄의 한숨과 함께 일본식 장기불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있다. 새로운 10년,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과거의 울산을 통해 미래를 배우는 지혜를 활용하면 어떨까.

울산은 정부의 산업입국 정책에 따라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고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대규모 공단을 잇달아 조성하면서 1960~1970년대 걸쳐 국가의 총역량이 결집된 전폭적인 투자가 이루어졌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들어섰고 전국 각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울산으로 몰렸다. 이후 반세기동안 울산경제는 국가경제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며 2011년 수출 1천억 달러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처럼 울산은 아무것도 없던 빈땅에서 10여년간 철저한 준비를 했고 이후 50년간 울산경제는 국가경제발전을 이뤄내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지금 울산은 다시한번 성장과 후퇴의 기로에 서 있다. 과거 50년이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의 50년도 향후 10년의 준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민간의 주도로 다음 과제에 역량을 총결집시켜야 한다.

첫째, 울산의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비철금속 등 4대 주력산업은 앞으로도 울산의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한 산업으로 울산의 신성장동력산업도 이러한 기존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친환경, AI, 스마트팩토리 등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기술을 응용하여 산업현장의 근본적 체질을 바꾸고 미래차 혁신성장 생태계 육성과 스마트·친환경선박 개발, 고부가가치 제품개발 확대 등 석유화학산업의 사업재편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둘째, 고용없는 제조업 성장으로 인해 주력산업의 고도화만으로는 일자리 회복에 한계가 예상된다. 신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가야 한다. 2019년 국내 두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국가정원 가꾸기, 2024년 울산의 첫 공공병원 개원 및 동북아 오일·가스 허브 북항사업 완공, 2030년 세계 최고수준의 수소도시 구현, 원전해체산업 육성, 도시교통망 확충(외곽순환도로, 트램, 동해남부선 복선전철 개통) 등 향후 10년간 신성장산업을 정착시켜야 한다. 아울러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환경에 대응하는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노력해야 한다.

셋째,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이미 선진국들은 AI시대 주도권과 2050년 2조 5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세계 수소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데이터 활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데이터 3법과 수소경제 활성화 법안이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동북아 오일허브 특구 지정·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 투자세액공제율 확대 등 지역에 성장발판이 되어줄 수 있는 각종 법안 및 제도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넷째, 도시 정주여건 개선도 필수적이다. 산업도시인 울산은 결국 제조업이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며 일자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울산형 일자리 창출과 함께 인공지능, 자동화로 바꿔놓을 일자리 감소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교육, 문화, 의료 등 부족한 생활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도시의 경쟁력은 사람인만큼 정주여건 개선은 도시 정착률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집단간·개인간 이기주의를 이겨내고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도 필수적이다. 한국은 OECD회원국 중 네 번째로 사회갈등이 많은 나라라고 한다. 1인당 GDP의 20~27%를 갈등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 더욱이 울산은 노동집약적 산업비중이 높아 노사 대타협을 통해 지금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해소하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공멸하고 말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평생 학습체제 구축으로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노사 모두가 회사의 생존을 함께 고민하는 공동체 의식을 통해 울산경제가 지속발전하는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2020년 경자년은 이미 닥친 위기와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두려움을 털어내고 울산시민 모두가 힘차게 전진하길 희망한다. 최진혁 울산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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