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참모진 ‘물갈이’ 인사 이어 특별수사팀 구성 권한 제동
법무부 “직접수사 축소 이행 취지”…대통령령 등 개정 나설 듯

▲ '징계 관련 법령 찾아…' 보좌관에게 메시지 보내는 추미애[연합뉴스 자료사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한 문자 메시지를 보좌관에게 보낸 사실이 10일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 사실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추 장관이 조두현 정책보좌관에게 ‘지휘감독권한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놓길 바랍니다’라고 지시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알려졌다.

추 장관은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관련해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는 지시를 받자 3시간여 뒤 정책보좌관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바로 직전 문자에는 대상이 불분명하지만 ‘그냥 둘 수 없다’고 적은 내용도 있다.

이는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관련해 먼저 의견을 내라는 추 장관의 요구에 윤 총장이 불응한 게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 따져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여권과 추 장관은 윤 총장의 태도를 ‘항명’으로 규정하며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검찰총장 임기는 2년으로 법에 보장돼 있어 본인이 사퇴하거나 징계를 받지 않으면 해임되지 않는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징계하려면 법무부 내 감찰관실을 통한 감찰 지시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검찰 결과 비위 내용이 확인되면 검사징계법상 해임 등이 가능한데, 법무부 장관이 징계를 청구한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검토한다면 검사징계법 제2조에 규정된 ‘직무상 의무 위반’ 조항을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징계 사유로 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지만, 윤 총장을 향해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추 장관의 태도에 비춰 검토 자체는 헛말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만약 추 장관이 실제로 감찰을 지시한다면 윤 총장의 거취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윤 총장은 현재 진행 중인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절대 사퇴할 일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추 장관도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커 쉬운 선택지는 아니라는 전망이 많다.

이번 사안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경우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혼외자 의혹과 관련해 감찰을 지시하자 사퇴했다. 채 전 총장은 당시 정권에 부담이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지휘했다.

추 장관은 이날 검찰이 직제에 없는 수사조직을 따로 만들 때 사전 승인을 받으라며 대검찰청에 특별지시도 내렸다. 직접 수사 축소 등 검찰개혁 방안을 이행하기 위한 차원이라지만, 총장의 수사 재량권을 제한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여권과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이 이번 인사로 곳곳에 흩어지면서 이들을 다시 별도 수사팀에 모아 수사를 이어갈 가능성을 추 장관이 사전 차단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어 논란이 커질 조짐이다.

법무부는 이르면 다음 주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과 법무부령인 ‘검찰근무규칙’을 개정해 특별수사팀 등 비직제 수사조직 설치를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꾸릴 경우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을 포함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담긴 직제개편안도 곧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4곳 중 2곳, 공공수사부(옛 공안부) 3곳 중 1곳, 조세범죄조사부 등 인지 부서를 대폭 없앨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이르면 다음 주로 예상되는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인사 전 조직 개편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폐지되는 인지 부서의 지휘 라인 등 검사들 역시 인사 대상이 되는데 청와대 겨냥 수사라인 검사들을 포함해 인사 대상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지난 8일 추 장관이 전격으로 발표한 대검검사급(검사장) 고위간부 인사로 대검의 수사 지휘라인은 13일부터 교체된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은 이날 보직 변경 신고식을 마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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