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햇살이 눈부시게 따사로운 시월의 막바지. 꽃바위 끝자락 컨테이너박스에서 야트막한 십자가를 세우고 저소득 노인을 위해 밤낮으로 기도하는 교회가 있다. 교인들의 숫자도 그리 많지 않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번듯한 교회도 아니고 예배당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늘 변함없는 믿음처럼 평소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는 저소득 노인을 40여분 모시고 매원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사랑의 무료 목욕서비스와 융숭한 점심대접을 해주고 있다.

 오전 10시께 문현탕에서 만나 무료 목욕 봉사서비스를 한 다음 자체 차량으로 화암교회로 이동해 오랜만에 친부모를 대하는 마음으로 비지땀을 흘려가며 온갖 정성을 다해 융숭한 점심을 대접해준다.

 아름다운 세상,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실천하고 있어 매번 미안할 정도다. "교회 재정도 넉넉지 않은데 왜 이리 큰 일을 하십니까"하고 여쭤 봤더니 우리가 어려우니까 어려운 어르신을 모시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것이란다.

 그것은 어려움을 나누는게 아니라 기쁨을 나누는 것이었다.

 몇개월 전에는 일번지횟집에서 회를 푸짐히 대접하기도 하고 신세계안경점의 도움을 받아 시력측정을 해 안경도 맞춰드리고 백내장 수술도 해드렸는가 하면 소리꾼을 초청해 함께 덩실 춤을 추며 삶의 신명을 돋구어 주기도 했다.

 "자식이 있으면 뭐하노, 누가 이렇게 잘해 줄끼고, 고맙습니데이 고맙습니데이" 연신 고마움을 전하면서 귀가 차량에 탑승하려면 교회 자체에서 구운 "즉석 우리김"을 손에 쥐여 주시면서 밝은 미소도 함께 전해 주신다.

 지역사회발전과 노인복지증진을 위해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펼치며 참 봉사자의 길을 걷고 있는 목사님과 교인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김길중(울산시 동구 방어동사무소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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