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사진)의 산문집 <발로 읽는 열하일기>(푸른사상)가 출간됐다.

<열하일기>는 연암 박지원이 그의 나이 마흔네 살 때인 1780년(정조 4) 청나라 건륭제 칠순 잔치 사절단으로 다녀 온 기행문이다. 다양성과 사실성, 기발한 풍자, 일상어의 거침없는 사용 등으로 읽는 이를 마력에 빠지게 한다. 이는 당대 금서였던 <열하일기>가 고전으로 남게 된 이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우리의 관심을 끄는 점은 역사와 문학, 인문학과 자연 과학, 당대의 문화 풍속 등을 두루 포함하여 많은 사람이 공유하면서 통섭할 수 있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연암과 그의 글에 매료된 수많은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열하일기>에서 변화의 물결 속에 휩쓸리지 않고 날카로운 안목으로 현실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자 한 열망을 읽었다. 그리하여 30년이 넘도록 <열하일기>를 공부하고, 연암의 발자취를 좇아 세 번에 걸쳐 중국을 답사했다.

책 속에서 저자는 연암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간다. 그러면서 세계에 대한 열망과 고난을 통한 개혁 의지로 가득한 연암의 진보정신과 마주한다. 내용은 제1부 압록강을 건너, 제2부 심양에서 산해관으로, 제3부 북경 가는 길, 제4부 열하에서 길 찾기로 구성된다.

 

저자는 “21세기 오늘날, 시대는 변했지만 세상은 여전히 새로운 이상과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 열린 세계에 대한 열망과 고난을 수반한 변화를 통해 개혁하고자 한 당대의 진보성. 연암의 <열하일기>가 그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저자 문영(文英)은 영남대와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 1988년 <심상>지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화도> <달집> <바다, 모른다고 한다>와 비평집 <변방의 수사학>을 발간했다.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글 읽기에 몰두하면서 울산 지역도서관에서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울산문학상, 창릉문학상, 랑제문화상(예술), 춘포문화상(교육)을 받았다. 지난 2007~2008년 같은 제목으로 본보에 총 42회에 걸쳐 답사기를 연재했다. 현재 오영수문학관 문예창작(시) 지도교수로 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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