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난무한 전쟁상황 담아
작년 칸영화제 최우수 다큐상

▲ 시리아 내전 참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에게’가 23일 개봉한다.

건물을 뒤흔드는 굉음과 죽음이 일상화한 곳. 사방이 핏빛으로 물드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별처럼 빛나는 눈을 지닌 딸이 태어난다. 아이 이름은 하늘이란 뜻의 ‘사마’. 공군도, 공습도 없는 깨끗한 하늘을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 카메라를 손에 든 엄마는 아이에게 말한다. “네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너를 이런 곳에서 낳다니, 엄마를 부디 용서해줄래.”

오는 2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에게’는 2011년 이래 계속하는 시리아 내전 참상을 시민기자이자 한 아이 엄마인 와드 알-카팁이 담은 작품이다. 평범한 여대생이던 그는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일을 계기로 알레포에서 벌어진 일들을 5년간 카메라에 담았다.

정부의 민주화운동 탄압에서 시작한 시리아 내전은 내부 종족·종파 갈등과 극단주의, 분리주의 개입으로 전선이 복잡해졌고, 미국과 러시아 대리전 양상으로 확대하면서 9년째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반정부 세력 거점이었던 알레포는 폐허로 변해간다.

와드는 그와 뜻을 같이한 친구이자 의사인 함자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고, 딸을 낳는다. 아내가 카메라를 들었다면, 남편은 수술칼을 손에 쥐었다. 20일간 890건 수술, 6000명 환자를 치료하며 알레포 병원에서 고군분투한다.

와드의 시선은 곧 관객의 시선이 된다. 마치 와드의 카메라 뷰파인더로 직접 세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정부군과 러시아군 폭격이 있을 때마다 눈앞은 마구 흔들리고, 포화가 걷히면 부상자와 시신이 쏟아진다. 그는 훗날 다큐로 완성하기 위해 자신이 찍은 영상들을 보며 다시 한번 그때와 똑같은 고통을 느껴야 했다고 한다. 현재 영국에 머무는 와드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알아주길 바란다”면서 “시리아의 참상은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는 등 전 세계 62개 영화제에서 62관왕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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