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기본계획은 장기적 과제로
주체와 시민요구 반영 과정 중요
2035년 계획에 진실한 민의 담길

▲ 김정섭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울산시는 오는 1월23일까지 ‘2035년 울산 도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시민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시민들은 울산시 홈페이지를 통하여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하거나 시청 제2별관 1층과 고속철도(KTX) 울산역, 롯데백화점 등 현장에서 설문조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15년 후 울산의 미래 청사진 구상을 위하여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본 조사에 보다 많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 개진이 필요할 것이다.

필자는 5년 전 경상시론을 통하여 ‘2030년 울산도시기본계획’ 수립 과정을 돌아보며 앞으로는 시민들이 좀 더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도시계획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금번 시민설문조사를 보며 울산의 도시기본계획 수립 과정이 여전히 시민참여보다는 전문가(전문 용역회사와 도시계획분야 전문가) 주도로 진행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서울시는 현재 2040년 서울도시기본계획을 수립 중에 있는데, 각계각층 120인의 시민계획단이 미래상 구상에 직접 참여하고, 230인의 시민서포터즈(기자단)들이 온오프라인을 통하여 계획 수립과정을 기록하고 홍보하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다수의 시민들이 온라인 플랫폼 ‘엠보팅’을 통하여 정책결정에 투표로 직접 참여하는 등 다양한 매체와 방법을 활용하여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부산시도 2030년 도시기본계획 수립 시 처음 140명의 시민계획단 운영을 시작한 이래로, ‘부산 도시계획헌장’ 수립과 부산 생활권계획 수립 과정 등에 시민계획단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간 울산시에도 다수의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면서 주민주도의 계획수립과정을 많은 시민들이 경험한 바 있어, 금번 ‘2035년 도시기본계획’ 수립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함께 울산의 과제와 미래를 고민하고 해결방안들을 모색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데, 울산시는 여전히 시민설문조사와 같은 간접적이고 수동적인 의견수렴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시민계획단을 운영하여 시민들이 도시의 미래상 구상과 같은 도시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은 의견 수렴 과정이 오래 걸리고 도출된 결과가 전문가들이 주도하여 만든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도시기본계획은 불확실성 높은 미래 장기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므로 누가 주체가 되어 계획을 만들어 가는지,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내는지와 같이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2035년 울산 도시기본계획’이 예전처럼 형식적인 설문조사와 공청회를 거쳐 결정된다면, 시민들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또 하나의 법정계획 용역보고서 생산에 그치게 될지도 모른다. 좀 더 시간이 걸리고 지체되고 예산이 필요하더라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수립하는 진정한 울산 시민의 도시기본계획으로 만들어 가야하지 않을까?

2020년 울산은 대내외적인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의 위기로 인한 산업구조 혁신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변화, 인구감소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울산시는 외곽순환도로, 트램과 같은 새로운 도시인프라 조성,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수소도시 구현,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과 같은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울산시의 준비와 투자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기에 더욱 시민참여를 통한 사회적 합의 과정의 중요성이 크다. 보다 적극적이며 직접적인 시민참여를 통하여 울산의 미래를 위한 핵심적인 계획과제들과 실행전략들을 도출하고 이를 도시기본계획에 담아내기 위하여 울산의 미래를 시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김정섭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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