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이기겠다는 미망에 사로잡혀
외형적 포장 급급…여전히 3류 정치
미래 비전 경쟁해야 ‘꽃’다운 선거

▲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행정학

한 해가 시작됐다. 금년의 화두는 국회의원 선거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앞으로 몇 달 후면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정치권력이 등장하게 된다. 이미 지난 대선부터 시작된 진영 간 다툼은 선거까지 더욱 더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를 통해 정치적 세력들이 경쟁을 하고 국민의 선택이라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다수당이 등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민주주의(Democracy)라는 말의 어원이 그리스어의 인민(Demos)과 지배(Kratia)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듯이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 제도이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아무 선거나 다 민주주의의 꽃이 될 수는 없다. ‘꽃’이 되기 위해서는 선거다워야 한다. 선거답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래’가 선거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각 정파들은 선거를 통해 미래를 제시하고 이런 주기적인 경쟁을 통해 사회가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선거의 역할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선거의 해에 전개되고 있는 주요 정당들의 행태는 개탄스럽다.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는 이른바 인재 영입이라는 보여주기 쇼, 정당들 간의 연대와 통합을 명분으로 한 정치공학적 접근, 정치인들에 대한 낮은 평가를 벗어나기 위한 형식적 물갈이 시도 등 선거의 본질과는 무관한 외형적 포장에 급급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현명하다. 그동안의 학습효과로 이제 웬만한 포장에는 더 이상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국민들은 이런 것이 우리 정치의 퇴행적 모습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는데,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여전히 진영논리와 인기 영합주의 방식이 통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골치 아픈 미래비전 제시보다는 단기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감성적 전략을 통해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미망(迷妄)에 사로 잡혀 있다.

지구촌은 이미 전속력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혁신과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조치를 발 빠르게 취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정치는 때를 놓치고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 세상이 다 변하는데 정치는 아직도 3류 수준이다. 사실 그동안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가 극히 낮아서 국회의 역할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인 국회의 권한은 상당하다. 특히 입법권은 국회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 권한이다. ‘제왕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대통령도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입법권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기본 틀을 만드는 곳이 바로 국회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무엇보다 미래가 제일 중요한 화두가 되어야 한다. 정당들은 ‘보여주기 이벤트’를 중지하고 구체적인 미래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인재 영입도 의미 있지만 그들을 통해 무슨 미래를 만들 것인지, 정당 간 연대와 통합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인지를 더 중요하게 논의해야 한다. 이번 21대 총선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미래지향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정말로 우리의 미래는 사라질 수 있을 정도로 절박한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울산은 미래 비전이 더욱 더 절실한 지역이다. 지난 몇 년 간의 경제 침체로 산업도시 위상이 흔들리고,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미래가 더욱 불확실해지는 지금, 이번 선거에 출마를 희망하는 울산의 정치인들은 무엇보다 울산의 미래를 가지고 경쟁하기 바란다. 산적한 울산의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향후 울산을 어떤 도시로 만들 것인지에 관해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라. 그리고 이를 토대로 공정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최선을 다해 경쟁하기 바란다. 더구나 울산은 지난 지방선거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전국적인 관심이 고조되는 뜻하지 않은 상황을 안고 있다. 그런 만큼 금년 선거에서는 울산에서 만이라도 미래비전을 두고 경쟁하는 ‘꽃’다운 선거가 치러지기를 기대한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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