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박물관에 들르면 누구나 거치는 필수 코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시 관람이다. 전시는 전시품에 관한 내용을 알고 보아도 좋지만, 굳이 상세한 정보가 없더라도 감상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시간적인 여유를 충분히 가지고 보는 게 좋다. 그래야만 눈에 띄는 화려함 뿐아니라 각 전시품이 가진 고유의 멋을 제대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람이든 사물이든 익숙하지 않은 짧은 만남이 진짜 가치를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리에 자리하고 있는 옹기박물관에서 ‘옹기 감상전’이 열리고 있다.

대부분의 작품이 그렇듯 옹기도 섬세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서로 비슷해 보이기 마련이다. 또 어른들에겐 너무 친근해서 전시장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옹기가 낯설 수 있고, 젊은이들에겐 전시장에 놓이기엔 너무 소박해서 대수롭잖아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도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서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기증·구입 유물을 대상으로 한 이번 전시는 실생활에 유용하면서도 지난 세월의 역사를 충실하게 담은 작품들만 한데 모았다. 가마 불에 흩날린 재가 붙은 옹기에서부터 철심을 박아 수리한 옹기, 가마의 재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던 옹기까지 그릇이 가진 특징을 통해 과거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작품과 일대일로 대면하는 일이 멋쩍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통해 과거의 이야기를 역추적해 본다는 것만큼이나 새삼 재미난 일이 없다. 사물의 본질에 다가가는 연습을 통해 우리가 접하는 매 순간의 삶이 한층 더 풍요로워지길 기대해 본다. ‘옹기감상전’은 3월22일까지 계속된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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