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부활 배경이 된 ‘3현주의’
생산현장 정리·정돈하는 ‘5S 활동’
작은 개선활동이 모여 큰 혁신 이뤄

▲ 김기범 울산과학대학교 안전및산업경영공학과 교수

2010년 2월, 미국 의회 청문회장에서 나이가 지긋한 한 일본인이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를 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 됐다. 지난 수십 년간 전세계 자동차 회사들 가운데 가장 모범생이라 불려왔던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었다. 2009년부터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규모 리콜사태 이후에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 사과였다. 당시 도요타의 영업이익은 약 2.5% 수준으로, 2008년 리먼쇼크와 2009년 슈퍼엔고에 연이은 최악의 상황이 도요타를 강타한 것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태국 홍수를 겪으면서 도요타의 영업이익률은 약 1.9%까지 하락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5년이 지난 2015년, 전세계 자동차 회사들뿐만 아니라 도요타를 배우려고 했던 수많은 제조기업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일이 벌어졌다. 연간 매출 약 28.4조엔, 영업이익률 10.1%로 창업이래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것이다.

무엇이 도요타의 부활을 이끌었을까? 기업활동을 위한 많은 기능들 즉, 제품개발, 설계, 부품공급, 제조, 판매 등 각 부문에서의 뼈를 깎는 혁신활동과 함께 리더십, 조직구조, 노사문화 등의 대대적인 구조적 개선이 도요타를 덮친 위기를 딛고 일어나게 했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현장을 중요시 하는 ‘3현주의(현장에서 현물을 보고 현상을 살핀다)’와 카이젠이라고 불리는 ‘끊임없는 개선활동’이 자리잡고 있다. 생산현장에서 발생하는 낭비요소들을 찾아내고 아무리 작은 낭비요소일 지라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작은 개선들이 모여서 큰 혁신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도요타의 개선문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이 적용된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제조업체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 중 일부는 실질적인 생산성 개선의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첨단기술들이 우리 생산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은 매우 위험하다. 생산현장에서의 작은 문제를 찾아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은 개선활동을 등한시 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적용한다 하여도 그 성과가 지속될 수 없는 것이다.

일례로 생산현장을 개선하는 가장 기본적인 활동은 ‘5S(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활동이다. 혹자는 ‘5S는 공장을 청소하는 활동’ 이라며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고 말한다.

그러나 5S활동을 단순히 청소하는 활동으로 치부해버린다면 큰 오산이다. 자재를 보관하는 자재창고, 제품이 생산되는 공정과 라인, 그리고 생산이 완료된 완제품을 보관하는 제품창고에서 필요한 물품과 불필요한 물품을 구분하고, 필요한 물품에 한하여 필요한 수량, 즉 최적의 재고량만큼을 정 위치에 항상 배치하여 원활한 생산활동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진정한 5S활동의 결과이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활동들이 첨단기술의 그림자에 가려져 소홀해진다면 낭비가 가득한 스마트공장, 현장과 동떨어진 스마트공장이 될 것이 분명하다.

도요타의 부활의 비밀은 생산현장에서 단 1초 그리고 단 1㎝를 줄이기 위한 끊임없는 개선과 혁신이었다. 그리고 도요타는 아직도 일하는 것의 95%는 낭비라고 말하고 있다. 제조혁신을 통한 스마트공장 구축이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 강화의 큰 정책방향으로 자리잡은 이 시점에서 우리 생산현장의 낭비요소는 무엇이며, 그 낭비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개선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개선활동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기본으로 돌아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생산현장의 작은 개선활동들이 모여 큰 혁신을 이루고, 이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들이 더해진다면 제조혁신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확보는 그리 어렵지 않은 여정일 것이다. 김기범 울산과학대학교 안전및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