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잠과 풋잠 사이 핀을 뽑듯, 달이 졌다
치마꼬리 펄럭, 엄마도 지워졌다
지워져, 아무 일 없는 천치 같은 초저녁

 

▲ 김정수 시조시인

초저녁 서쪽하늘에 잠시 보였다 사라지는 달, 엄마 눈썹을 닮았다.

풋잠 사이 ‘치마꼬리 펄럭’이는 ‘엄마’가 지워질 찰나, 사라진 신기루 앞에서 시인은 갈피를 못 잡는다.

어머나 능청스러운 저 것 좀 봐. 달 없는 텅 빈 하늘이라니.

영원은 없다. 비워야 도리어 담을 수 있는 법. 인연따라 일어나고 사라짐이 교차하는 순간의 연속 역시 우리 사는 세상의 이치인 것을.     김정수 시조시인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