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의를 요청하는 기자를 지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핵심

김 前 시장 추진 예타 통과 못해

지방선거 민주당 공약 활용 의심

산재모병원 관계자들 등 줄소환

논란 속에서도 현재 사업은 속도

울산시가 16년만에 결실을 맺은 국립병원인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전국적인 이슈의 중심에 섰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관련, 검찰의 중점 수사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사건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여론까지 형성되자,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변동없이 추진된다”고 약속하기에 이른다. 울산시민의 숙원인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왜 이같은 논란에 휩싸였는 지 되짚어 본다.

산재전문 공공병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국립산재모병원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산재모병원 건립사업은 2003년부터 지역 노동계 요구에서 시작된 산업도시 울산의 숙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3년 박근혜 정부가 공약사업으로 채택하면서 본격 추진된다. 민선 6기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UNIST와 연계, 전국 산재병원 10곳과 산재관련 의료기관 16곳을 통합·관리하는 산재모병원으로 의료 시술과 국가 경제를 이끌 바이오메디컬 산업을 육성하려 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5월28일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B/C(비용대비 편익) 기준점인 0.8~1에 약간 못미치는 0.73을 기록하면서 좌초됐다. 한달 뒤 민선 7기가 출범했고, 울산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혁신형 공공병원’ 설립으로 국립병원 유치전략을 전격 수정하며 대응체계 구축에 나섰다. 사업명 또한 ‘울산형 공공병원’으로 정했다. 열악한 울산의 의료환경 개선을 비전으로 뒀다. 일반시민의 의료혜택 확대는 물론, 장애어린이 재활센터, 장애인 치과 등 민간병원에서 감당하기 힘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비전에 포함했다. 민선 7기는 500병상 규모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병원 또는 보건복지부 주관의 국립병원 형태가 최적이라고 판단, 최근 정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다만 ‘산업재해치료 특성화센터’를 병원에 설치, 산재치료기능을 추가했다. 특수목적성이 없는 일반적인 형태의 공공병원은 정부가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전국 23개 사업에 대해 예비 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겠다고 했다. 울산시는 울산형 공공병원을 예타면제 대상 사업으로 신청했고, 정부와 긴밀히 협의한 끝에 ‘산재전문 공공병원’으로 최종 결론내 국무회의에 상정해 예타 면제사업이 됐다.

중증의 산업재해 환자의 치료를 주로 하되, 연구와 공공의료 기능을 첨가한 형태라는게 민선 7기의 설명이었지만, 당시 울산 의료계에서는 사실상 우리나라 열한번째 산재병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논란 속에 병원 건립 사업은 속도를 냈다. 울주군 범서읍 굴화리 태화강변 공공주택지구로 위치를 정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업계획 수정안에 대한 적정성 검토도 통과했다. 현재 병원 기본계획수립 용역이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에 실시설계(42억원)에 들어간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11월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본격 수사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검찰은 산재모병원이 6·13 지방선거용으로 활용됐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청와대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철호 시장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선거 직전(2주전)에 맞춰 의도적으로 김기현 전 시장의 핵심사업의 실패를 발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근거로 송병기 전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 적힌 ‘산재 모병원 좌초되면 좋음’이라는 메모를 확보했다. 또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압수수색했다. 송 부시장을 만나 울산 공공병원 공약을 논의했던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장 행정관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검찰은 산재모병원을 담당했던 울산시 공무원들과 정치권 관계자들을 줄소환하며,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춘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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