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월산을 뒤로 한 채 중구 성안동 성동마을을 끼고 달천쪽으로 길을 잡으면 가대(加大)마을로 가는 길을 제대로 찾은 것이다. 중구쪽인 성안구획정리지구 끝에서부터 북구까지 가파른 내리막길은 시멘트포장이지만 곧 아스팔트로 포장된 편도 1차선길이 이어진다. 길 옆 양지바른 곳에 군데군데 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스팔트길 초입부터 달천마을 앞까지를 가대마을로 부른다. 개울을 따라 달천을 지나 국도 7호선과 만나는 이 길을 사이에 두고 서쪽은 이씨들이, 동쪽은 고씨들이 자리를 잡았다.

 경로당 겸 마을회관을 지나면 "가대"라 적힌 시내버스 정류장에 이르게 된다. 경로당에서 차로 가면 금방이라 잠시 한눈이라도 팔라치면 지나치기가 쉽다. 문패에서 고씨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제주고씨(濟州高氏) 문충공파(文忠公派) 울산집성촌이다. 소파로는 판윤공 직계다. 가대의 중심이지만 집은 스무여 채로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길을 따라 달천으로 가면 오른쪽에 군데군데 보이는 집들도 모두 가대마을에 속한다.

 가대마을에 처음 자리를 잡은 입향조는 시조 고을라(高乙那)의 61대손으로 고려말 선절장군(宣節將軍) 겸 왕어사(王御使)를 지낸 고사윤(高斯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자 불사이군의 뜻으로 동생과 함께 남쪽으로 내려와 동생은 경주에, 자신은 지금의 중구 병영에 터를 잡았으나 후에 가대로 옮겨왔다.

 종문회 감사를 맡고 있는 입향조의 17대손 고경택씨는 "처음 입향조께서 울산에 와 지금의 병영초등학교에 터를 잡았으나 태종 17년(1417년) 경상좌병영이 옮겨오면서 수용령이 내려짐에 따라 가대로 이주했다"고 말했다.

 경택씨는 ""옛날 할아버지들이 가대로 옮겨갈 때 산림이 우거진 지역의 나무를 베고 마을을 일궜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제주(탐라)의 지배씨족 가운데 하나로 시조로 부터 45대손 자견왕(自堅王)까지 탐라군주를 세습해왔던 고씨가 뭍으로 진출한 것은 시조의 46대손이자 자견왕의 아들인 고말로(高末老)가 고려에 입조하면서 부터다. 가대마을을 이루고 있는 문충공파의 파조인 문충공 경할아버지는 말로할아버지의 11대손이다.

 함월산 자락의 골을 따라 물이 나오는 곳에 집을 짓고 농사와 나무를 주업으로 한 입향조 후손들은 세월이 600년에 가까운 세월속에 달천으로 약수마을로, 또 중구 태화동 난곡마을로 그 세를 확장해 나갔으며 가대마을에는 30여집 가량이 남아 있다.

 약 200년전 입향조의 8대손인 고응두(高應斗) 할아버지의 묘소를 조성하기 위해 지금의 달천농공단지 내를 작업을 하던 중 입향조의 지석이 발견돼 최근 재단장됐다. 약수마을의 이사정(二思亭)이 재실이다.

 입향조의 후손들로 제주고씨 문충공파 판윤공직계종친회(회장 고원준)는 오는 11월3일(음력 10월10일)로 예정된 종친회 정기총회 겸 묘제준비로 한창이다.

 입향조의 17대손으로 종친회 고문인 고원우씨는 "옛날에는 난곡의 친척들이 묘제를 지내기 위해 전날 출발해 성동마을의 친척집에서 하루밤을 묵은 뒤 다음날 아침 가대에서 모여 이곳 달천의 산소에서 제사를 지냈다"고 말했다.

 원우씨는 "현재 종친회 회장을 맡고 있는 고원준 회장의 할아버지인 고기업씨와 부친인 고태진씨 등이 울산에서 많이 알려지면서 고가하면 가대를 떠올리지만 난곡이 엄연히 큰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회원만 500여명이 넘는 종친회는 남구 달동에 빌딩을 마련, 고씨빌딩으로 이름지어 종친회 사무실 겸 회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경택씨는 "달천과 가대지역에 많은 산을 선조들이 선산으로 물려줘 종친회 재정은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불사이군에 따라 입향조가 울산에 정착했으나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왜적과 싸워 4인이 임란공신으로 충의사에 봉양된 것을 비롯해 현대에는 관계와 정계, 재계 등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울산시민들이면 한 번을 들어봤을 고기업씨가 울산읍장을 지냈으며, 조흥은행장과 대한축구협회장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친 뒤 올해 2월1일 82세로 별세한 고태진씨가 기업씨의 아들로 제주고씨 종친회의 대표적 인물이다. 특히 태진씨는 69년 재경울산향우회를 조직, 초대회장을 맡아 후학 지원 등 남다른 고향 사랑을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30대에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현재 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고원준 종친회 회장이 태진씨의 아들로 입향조의 17대손이 된다.

 울산시 국장을 지낸 고해용씨와 검찰청 국장을 역임한 고대원씨도 종친회회원이었다. 또 울산대학교에서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다 정년퇴임한 고문덕씨, 그리고 범서중학교 교장으로 정년을 맞은 고택운씨도 사윤할아버지의 후손들이다.

 로타리클럽 지역총재를 지낸 고필용씨도 제주고씨 울산종친회 회원이었으며, 고일성 전몰군경유족회 울산시지부장은 현재 봉사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종친회 감사 고경택씨는 한울신문사 사장을 지냈으며 한의학 박사로 한의원 원장인 고원도씨는 청년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서찬수기자 sgij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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