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지난해 9월 호주 동남쪽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난 산불이 호주 전역으로 번지면서 다섯달째 계속되고 있다. 호주 전역의 3분의 1에 가까운 지역이 화재 영향권에 든 상태로 정부 당국은 1월12일 기준, 남한 면적보다 넓은 1100만㏊가 불에 탔다고 발표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규모이다. 건물 5900여채가 불에 탔고, 최소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10만명이 화재를 피해 피난길에 올랐고, 재산 피해는 정확한 집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10억마리의 야생동물이 희생됐고, 움직임이 느린 코알라들은 사실상 멸종 위기에 처한 상태이다.

호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건조 지역이다. 특히 여름인 12월부터 2월까지는 기온이 높고 건조하다. 때문에 호주는 매년 크고 작은 산불로 홍역을 치러왔다. 1850년부터 최근까지 산불로 8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산불은 가히 기록적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호주는 1910년 이후 평균기온이 1℃나 올랐다. 또 최근 인도양 동서부 간의 수온 차가 최근 60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진 탓에 호주는 지난해부터 극심한 고온현상까지 이어졌다. 2018년 12월18일에는 하루 평균기온이 41.9℃를 기록했고, 이듬해 1월4일엔 시드니 서부가 낮 최고 48.9℃까지 치솟는 등 이례적인 고온현상을 보였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초래된 호주의 대형 산불로 인해 기후변화가 더 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는 호주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최고 17㎞ 상공까지 치솟아 이미 지구 반 바퀴를 돌았고, 연기와 함께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도 4억t 넘게 배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호주에서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의 75%에 달한다고 한다.

인간의 산업활동으로 초래된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가 이상기후에 몸살을 앓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지구온난화로 발생한 자연재해가 또 다시 지구온난화를 조장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기후변화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고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면, 호주의 산불은 기후변화 재앙의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기후변화와 연계한 제도와 정책, 규제, 다양한 연구활동과 시민교육, 신기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변화를 고려한 시스템 개편이 시급한 이유이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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