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공공기관과 인근 지역민들의
상생발전 도모하자는 계획 수립 환영
공감과 공유의 확산으로 실질적 상생을

▲ 홍영진 문화부장

울산혁신도시는 울산시 중구 유곡동에서 시작돼 동쪽으로 이동하며 서동까지 걸쳐져 있다. 그 땅에서 살다가 흩어진 마을이 몇개나 되는지, 어떤 사람이 살았는지, 혁신도시 이전에 그 땅에서 일어난 모든 일과 기억은 그 터를 밟고 우뚝 선 빌딩에 가려 점점 희미해 지고 있다.

그 사이 울산 이전을 계획했던 공공기관들은 5년 여에 걸쳐 차례차례 이전해 왔다. 최근에서야 마지막 10번째 기관까지 다 옮겨졌다. 한국동서발전, 한국석유공사,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근로복지공단, 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본부, 한국에너지공단이다. 물론 수천가구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이전공공기관 직원과는 결이 다른 또다른 ‘이주민’도 대거 함께 살고 있다.

울산시는 최근 울산혁신도시와 인근 지역의 상생발전을 도모하자며 2020년 울산혁신도시 상생발전 확산 사업계획안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울산시상생발전협의체라는 것도 구성한다. 익숙한 삶터를 내주고 새롭게 조성된 혁신도시에서 낯선 입주민으로 살아가는 주민으로서 묘한 감정이 들게 된다. 늦게라도 추진되는 이 일이 한편으로는 반갑지만, 기대감 없이 살아온 세월이 이미 수년이라 과연 제대로 상생할 수 있을 지 한편으론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사업안에는 5월 중 행복나눔음악회와 10월 중 지역대학생 공공기관 탐방이 들어가 있다. 필요한 사업이지만 딱히 특별할 건 없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지역 간 연계 도시재생을 모색하고 이를 위해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경제적조직을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안으로 문화·관광·예술·체육과 관련한 네트워크를 추진하겠다는 것도 주민 입장에서는 반갑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자원을 시민에게 개방하는 방법을 찾겠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가 실행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에 이 같은 상생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속을 태우는 쪽은 울산시와 중구라는 점이다. 혁신도시 내 공공기관은 해당 기업의 경영목적과 실적에 맞는 사업이 우선이지 인근 지역과의 ‘상생’에서는 언제나 한발 물러나 있다는 인상이 짙다.

공공기관 내 공연장과 전시장 같은 문화 시설을 시민들이 공유하는 기적이 일어나려면 혁신 공공기관들이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하는데, 일단 그 곳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필요에 따라 개방은 하지만, 어디에 어떤 공간들이 조성돼 있고 그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서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는 행정가나 전문예술인도 어렵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아예 시도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3년 전 공공기관 몇 곳을 방문해 그 속에 전시된 수준 높은 장식물(회화·조각품)을 취재한 적이 있다. 숨은듯이 자리한 수많은 미술품을 지면에 소개하면서도 한편으론 이 미술품을 주민들이 직접 방문해 눈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 공간까지 개방해 줬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나 싶어서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그 같은 의견은 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실행되지 않고 있다. 논의 될 가능성 조차 희박하다.

울산혁신도시가 지역 성장 거점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전 공공기관과 지역민이 서로 교감·소통·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맞는 말이지만 교과서적이다. 그렇다고 다른 표현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니 ‘희망적이나 희망적이지 않다’는 웃픈 표현이 나오는 지 모르겠다.

울산혁신도시에서 혁신은 공공기관에나 해당되지 그 곳에 살고있는 주민에겐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백화점 입점은 감감무소식이고, 도로는 여전히 비좁아 위험하고, 문을 닫는 상가는 점점 늘어난다. 이 어려운 시국에 공감과 공유를 위한 공공기관 입장이 바뀌어 혁신도시 인근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숨통을 틔는 일이 일어나면 좋겠기에 푸념처럼 하게되는 말이다. 홍영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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