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주지 않는 부모 신상 공개한
사이트 관계자에 대한 무죄 판결은
아동 생존권 우선시한 것으로 환영

▲ 배미란 울산대 법학과 조교수

하루 종일 ‘배드파더스’ 판결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라 있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해, 그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는 사이트이다. 이 사이트의 관계자인 A씨는 그동안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 받은 사람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직업 등의 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하여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왔다. 이에 정보가 공개된 부모 5명이 A씨를 고소하였고, A씨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15일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2019고합425).

재판부는 “A씨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은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 그리고 A씨의 활동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의 쟁점이 된 이른바 사이버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살펴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고, 이에 따라 동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행위자에게 상대방을 ‘비방할 목적’이 있을 것을 요한다. 이전의 판례에 따르면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와 목적을 필요로 하는 것이고,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 참고로 이 사건과 같이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가 다투어진 것으로는 과거 국립대학교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 내에서 제자인 여학생을 성추행하였다는 내용의 글을 지역 여성단체가 인터넷 또는 소식지에 게재한 사건이 있다. 이에 대해, 판례는 학내 성폭력 사건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 그리고 학내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행위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비방의 목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더하여 단순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대해서는 존폐론이나 비범죄화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양육비 지급의 ‘촉구’를 위한 미지급 사실의 적시가 동죄를 구성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이 행위가 비방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판단을 더욱 공고히 한 것은 우리나라에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해 고통 받는 이가 많고,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본 점에 있다. 만약 양육비 미지급 상황을 단순히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거나, 그저 금전적인 일로만 보았다면 A씨의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 판결이 갖는 더 큰 의의는 일차적으로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재판에서 참여한 국민 배심원 모두가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고, 우리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고, 이차적으로는 이 판결로 인하여 양육비 미지급 상황의 심각성이 더욱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는 점이다.

1989년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아동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 CRC)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의 하나로서 생존의 권리를 정하고 있다. 아이에게 기본적인 삶을 누리면서 온전하게 자라날 권리가 있다면, 부모와 국가에는 그러한 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불가피한 사정도 없이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그런 자신의 모습이 아이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그리고 그 아이가 어떻게 기억하고, 평가할 것인지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배미란 울산대 법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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