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경기침체가 얼마나 깊은지를 알려주는 공실률이 구체적인 수치로 나왔다. 대부분 지역에서 2년 사이 공실률이 3배 이상 치솟았다. 공실률은 서민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는 바닥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의 거시경제나 기업체들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은 잘 느껴지지 않지만 공실률은 따로 해석할 필요가 없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지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가경제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이 말한 나라경제는 어디까지나 거시경제일뿐 지방 서민들의 삶은 하나도 나아진 것이 없다. 오히려 골목상권은 물론 대규모 상권까지 아우성이다. 울산의 대표적인 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삼산동 상권의 경우 2~3층이 비어있는 건물이 허다하고, 한집 건너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물 매입을 타진하는 상인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역경제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한탄하는 한숨소리가 길거리에 가득하다.

울산 상권의 쇠퇴는 4~5년 전부터 시작됐다. 세계적으로 조선경기가 크게 후퇴하면서 현대중공업의 조선 수주가 바닥을 헤매기 시작했고, 울산을 떠받치고 있던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미래자동차 전쟁에 휘말리면서 울산의 경제는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이 있는 동구지역의 근로자들은 뿔뿔히 외지로 떠났고,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밀집했던 북구의 부품공장 근로자들도 전기차에 밀려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나라경제가 더 튼튼해지고 있고, 경제성장률도 높아질 것이라며 희망적인 전망을 계속 내놓고 있다. 지방 경제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도 있겠지만 조만간 견실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울산시도 지난해 제시한 ‘7가지 미래먹거리’를 계속 거론하며 시민들에게 장밋빛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정부와 울산시는 울산경제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2년 사이에 울산의 대표상권인 삼산동의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2배 이상 상승했다. ‘한 때 불이 꺼지지 않는 동아시아의 도시’로 알려지기도 했던 울산의 중심 삼산동에 빈점포를 알리는 깃발이 수없이 나부끼고 있는 현실은 시민들에게 커다란 자괴감을 주고도 남는다. 삼산동의 건물주와 점포주, 상인들은 장사를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말 못할 속앓이를 지금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통령과 울산시장은 장밋빛 미래만 계속 말하지 말고 서민들의 삶을 제대로 한번 들여다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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