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세련 아동문학가

‘특성화 고교생=비행 청소년’이라는 그릇된 등식을 적용시키는 이들이 많다. 편견임에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대하기도 한다. 성적이 일반 인문고에 미치지 못해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부가 교과서로만 하는 것인가. 생각을 조금만 뒤집으면 특성화 고교를 보는 눈도 달라질 수 있다.

사람은 저마다 타고난 소질이 있다. 좋아하는 것도 다르다. 공부보다는 기술 쪽에 뛰어난 소질을 가진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우뇌와 좌뇌 중 어느 쪽이 더 발달했느냐에 따라 사람의 기질이나 소질이 달라진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발달하지 않은 쪽을 계발하려고 안간힘 쓰기보다는 가진 역량을 토대로 꿈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행>(홍종의, 도서출판 답게)의 주인공 민철은 후자(後者)다. 매사에 뛰어난 쌍둥이 누나 민지에 비해 민철은 늘 평균 이하의 성적을 받는다. 특성화 고교에 진학해서도 선생님으로부터도 지적만 당한다. 하지만 퇴직 이후 집을 떠나 은둔자처럼 사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민철의 마음은 따듯하고 인간적이다.

가출 후 만난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스스로를 찾는 과정은 결코 헛된 일탈이 아니었음을 전한다. 자신의 소질을 알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는 드론 자격증 취득 과정의 힘겨움도 견뎌낸 민철. 어떤 세상 앞에서도 누구보다 당당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민철의 용단은 요즘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하다. 용기가 없는 아이들, 부모의 잣대에 맞춰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서 보지 못하는 팔팔함을 읽었다. 날것이 주는 생동감은 박제품처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지녀야 할 자세다.

이 책은 청소년 대상 도서임에도 부모가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읽으면서 반성하게 될 부분이 많은 까닭이다. 사람은 저마다 꿈이 다르다. 소질도 다르다. 부모의 유전자를 지녔다고 해서 모두가 부모의 길을 원하는 건 아니다. 부모와 자녀는 다르다는 걸 인식하고, 자녀에게 어떤 삶도 강요할 권리가 없다는 걸 알기 위해서 부모가 먼저 읽어야 할 책. 비행(飛行)을 꿈꾸는, 비행(非行)으로 빠져드는 청소년을 위해, 꼭 권하고 싶다. 장세련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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