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중 경제부 차장

울산항의 물동량이 지난 2016년 1억9800만t으로 2억t에 육박하더니,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내리 2억t 물동량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2억200만t, 2018년 2억300만t에 이어 2019년는 약 2억100만t 달성이 예측된다. 올해에는 2억500만t의 물동량 목표를 세웠다. 내수침체, 글로벌 경기악화, 주력산업인 조선과 자동차, 석유화학 산업의 위축 등 불확실성이 높은 대내외 경제상황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는 모양새다. 오일허브 1단계 상부사업자와 항만 배후단지 친환경에너지 기업, 해외 글로벌 선사도 유치해 외형적 성장도 일궜다.

하지만 속 사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지난해 물동량 처리실적을 보면 일반화물과 컨화물이 그나마 증가세를 보였지만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세계 경기둔화에 따라 울산항의 주요화물인 액체화물의 물동량은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다. 정유사 이익의 핵심지표인 정제마진이 감소하고 유가의 증감폭이 줄어 안정화 됨에 따라 정유사의 원유 수입량이 약 6.6%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특정화물 편중이 심한 울산항의 태생적 단점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곳곳에서 적신호가 감지된다.

올해도 우리 경제가 맞닥뜨릴 글로벌 경제환경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부산, 인천 등 국내 경쟁항만의 성장가도는 물론 인접한 일본과 중국의 항세확장 공세도 그 수위가 높아질 공산이 크다. 하락과 정체 다운사이클에 빠진 사이 전국 2위 액체항만인 광양항은 지난 2014~2018년 연속적 물량 상승세를 구가하며 울산항을 턱 밑까지 따라붙었다. 그 격차는 2014년 4100만t에서 2018년 1700만t으로 좁혀졌다.

액체화물의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울산항 미래비전의 하나인 ‘동북아 에너지물류허브’로의 도약은 담보받을 수 없다. 에너지허브는 차치하고 ‘전국 1위 액체허브항’타이틀도 자칫 내줄 판이다. 수출도시인 울산의 경제성장은 울산항과 궤를 같이한다. 항만효율 향상은 물류비 절감, 수출여건 개선 등으로 직결돼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전체 지역경제 활성화에 촉매제가 될 수 있지만, 항세위축은 고스란히 수출기업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항만효율 향상 없이는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화물의 안전을 담보로 한 화물유치는 물론 화물의 질적향상 방안마련이 중요하다. 해양 선진국들의 물류허브화 전략을 벤치마킹해 볼 필요도 있다. 올해는 LNG벙커링 인프라 구축, 울산신항 2단계 등 어느해보다 굵직굵직한 항만사업이 예고돼 있다. 또한 울산항 물류네트워크에 대변혁을 가져다 줄 울산신항만 인입철도도 가동돼 항만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국가간 ‘해양 신성장동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IMO 2020 등 바다를 둘러싼 환경도 급변하고 있고, 그 경계도 갈수록 모호해져 간다. 불확실성을 기회로 바꾸는 ‘퍼스트 무버’가 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져 가는 상황이다.

분명 화주와 선사, 노조 등 항만업계의 이해관계를 다루기는 어느 모로나 쉽지 않지만 미래 경제여건을 예측하기 쉽지않은 만큼 수출기업과 자치단체, 항만행정기관, 부두관계자 모두가 내실 다지기에 나서야 한다. 지금이 바로 울산항에 희망의 불빛을 밝힐 때다. 이형중 경제부 차장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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